‘황금빛 신라’의 재발견…풍요·초월적 권능을 엿보다

2025-10-27

지난 1921년 경상북도 경주 노서리(현 노서동)에서 도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무덤 하나가 드러났다. 무덤을 발굴하면서 신라 금관이 발견됐다. 1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황금의 나라, 신라’의 재발견이다. 이 무덤은 훗날 금관총으로 불리게 됐다. 이어 1924년 금령총에서 곡옥(구부러진 옥)이 달리지 않은 작은 금관이 나왔다. 1926년에는 서봉총에서 안쪽에 둥근 모자 장식이 있고 그 위에 새 모양 장식도 있는 금관이 발굴됐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금관의 이야기는 1972년 재개된다. 그해 금관을 거래하던 밀매범이 붙잡히고 금관은 압수됐는데 1969년 경주 교동의 한 무덤에서 도굴됐다고 진술했다. 1973년에는 천마총 발굴에서 천마도와 함께 화려한 금관이 나왔다. 1975년 발굴된 황남대총에서는 왕의 금동관과 함께 왕비의 금관이 나왔다.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은 총 6점이다. 이 가운데 금관총(국보)·천마총(국보)·교동(비지정) 발굴 금관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황남대총(국보)·금령총(보물)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서봉총(보물)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흩어져 보관 중이다.

이들 신라 금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향인 경주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경주박물관은 27일 경주에서 열리는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금관 6점과 함께 금관총·황남대총·천마총 등에서 출토된 금 허리띠 6점,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총 20점의 신라 황금 문화유산이 소개됐다. 이들 중 국보는 7점, 보물도 7점이나 된다. 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일반 관람은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과거와 현재, 경주와 세계를 잇는 문화 외교의 장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물로 봤을 때 신라 금관은 5세기에 처음 나타나 6세기 전반까지 절정의 모습을 보였다. 가장 초기의 모습은 교동 금관으로 머리띠와 단순한 장식을 갖고 있다. 이후 6세기에 들어오면서 복잡해지는데 우리가 보는 전형적인 금관의 모습이다. 6세기 후반 이후 불교의 전래로 임금이 부처의 화신으로 인식되면서 금관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금관 하나가 전시됐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진짜 모습’을 이번 경주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나뭇가지나 사슴 뿔 같은 장식에 곡옥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도 시대적 변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 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각각 의미한다고 한다.

금관 중에서 천마총 금관이 가장 크고 무겁다. 머리띠의 길이는 63㎝, 무게는 1.3㎏에 달하며 반달 모양으로 다듬은 장식용 옥 58개가 달려있어 화려하다. 금관은 성인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어린이나 여성도 착장할 수 있었다. 금령총 금관의 주인은 어린 왕족으로 추정된다.

물론 금관이라는 이름과 달리 100% 금은 아니다. 순금으로 만들 경우 휘어질 수 있어 은 등을 섞어 만든 합금이라고 한다. 금관마다 차이가 있어 교동 금관은 순도가 21.4k지만 서봉총 금관은 19.3K다.

특히 당시나 지금이나 경주에는 금광이 없고 경북 서부와 북부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이 시기 신라가 경상도 전역을 통합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또 곡옥은 한반도에서 발견되지 않아 일본산으로 보인다. 박물관 측은 “금관을 통해 신라가 해외 일본과도 상당한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라 금관 6점 전시는 국내 역사학계의 소망이 이뤄진 것으로 주목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역사학계는 반가사유상 2점과 금관 6점의 동시 전시가 꿈이었는데 반가사유상은 2021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유의 방’을 통해 전시되고 있고 이번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금관의 전시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상설 전시되는 반가사유상과 달리 이들 금관 6점이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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