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물의 ‘아이돌’…104년 만에 처음 모인 신라 금관 6점

2025-10-27

1500년 세월을 뛰어넘은 권력자들의 야망과 권세가 눈부신 황금색으로 번득였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12월 14일까지)에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체가 모인 건 1921년 금관총 발굴 이래 104년 만에 처음이다.

27일 언론공개회를 연 전시는 추정 연대상 가장 오래된 교동 금관(5세기 전반)부터 황남대총 북분 금관(5세기 중반), 금관총 금관(5세기 후반), 서봉총·금령총·천마총 금관(이상 6세기 전반)을 함께 출토된 금허리띠 등과 함께 모았다. 신라역사관 내 330㎡(약 100평) 공간을 별도로 조성해 유물 20건(국보 7건, 보물 7건)만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경주 일대 대형 고분들에서 출토된 이 금관들은 신라의 지배자가 마립간으로 불리던 시기(356~514년)에 몰려 있다. 최상위 왕족의 전유물이자 무덤 부장품으로 가져갈 수 있는 드센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어느 나라든 왕관이 있었지만 황금만으로 특유의 세움장식 관을 만들고 이를 100여년 간 전통으로 이어간 왕조는 세계사에서 신라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신라는 22대 임금 지증왕에 이르러 불교가 전파되고 왕권이 확립되면서 더 이상 금관을 제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초기 양식이자 가장 작은(무게 약 50g) 교동금관으로 시작해 모관(모자 형태의 관)·관식(관꾸밈 장식)이 함께 출토된 천마총 금관까지 둘러보며 각각 특징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교동 금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5점은 ‘금테(머리띠) 위에 나뭇가지 혹은 사슴뿔 세움장식, 아래로는 주렁주렁 늘어뜨리는 드리개’라는 구조를 공유한다. 3점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에선 착장자가 소년(금령총)·왕(금관총)·왕비(서봉총)로 추정되는 금관들의 형태를 비교할 수 있다. 황남대총 북분 금관의 경우 정교한 세움장식에 다채로운 곡옥(곱은옥)이 달리고 늘어뜨린 금드리개도 세 쌍이나 돼 위세가 상당했던 왕비의 것으로 추정된다. 김 학예사는 “각각의 장인이 전통을 이으면서도 파격과 변화를 시도한 게 한눈에 보인다”고 했다.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세부 장식은 디지털 패널의 고화질 사진을 통해 구석구석 파악 가능하다. 김 학예사는 “복잡한 세공을 통한 세움장식의 탄탄한 구조로 볼 때 금관이 장례용 부장품이 아니라 착장자가 살아 있을 때 의례용으로 활용했을 거란 설이 힘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상덕 관장은 “단순히 6점을 한데 모은 걸 넘어서, 지난 100여년 간 연구로 밝혀진 입식의 디자인과 상징, 금관의 주인(추정), 제작기법, 금의 순도, 재료 원산지 등을 망라했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2점(황남대총·금령총), 국립경주박물관 3점(교동·금관총·천마총), 국립청주박물관 1점(서봉총)씩 소장된 신라 금관은 각 박물관의 대표 유물로서 관람 해설과 동선이 이에 맞춰져 있다. 6점을 한데 모으려는 시도가 여의치 않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박물관에선 ‘반가사유상 동반 전시’와 ‘금관 모둠 전시’가 꿈의 프로젝트로 꼽혀왔다. 김 학예사는 “2021년 금관총 발굴 100주년을 맞아 추진하다가 코로나19로 무산되고 이후 APEC 경주 개최가 확정되면서 3~4년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 왔다”면서 “한국 유물의 아이돌 같은 존재라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언제 다시 가능할지 모른다”고 했다.

전시는 휴무일 없이 무료 관람. 평일 오전 10시~6시이며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공간 제약상 일정 숫자만 입장 가능해 ‘오픈런’ 경쟁이 예상된다. 박물관 측은 “개막은 28일이지만 APEC 행사 일정상 일반 공개는 11월2일부터”라고 안내했다.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 혹은 한·중 정상회담 장소로 박물관 내 ‘천년미소관’(APEC용 신축 건물)이 낙점될 경우 정상들이 금관 전시를 관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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