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이른 새벽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경기도 부천지방법원 앞. 여명이 어둔 세상에서 실눈을 뜨며 자기 눈을 비비듯 서서히 빛이 드리우고 있다. 그 속에 한 사람이 부산히 움직인다. 법원 정문 앞 플래카드를 붙인다. 아, 쇼닥터 양재웅 원장의 W진병원에서 벌어진 강박된 후 사망한 30대 여성 환자의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함이다. 정문 플래카드 후, 그는 또 다른 플래카드를 들고 정문을 향해 섰다.
대개 자동차로 출근하는 법원 관계자의 반응은 알 수 없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에게 주변의 반응이 무에 중요하랴. 계절을 잊은 냉랭한 기온 앞에 그는 연신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Q 이른 아침이다. 왜 지방법원을 찾아 1인 시위에 나선 건가?
A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지휘 후 W진병원 관계자 10명 이상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고소인 입장에서 통보 받았다. 양재웅 원장과 담당의 등 대부분이 의료법 위반으로 송치됐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는 경찰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1인 시위로나마 그런 부분을 호소하려는 것이다.
Q 담당의가 구속되는 등 경찰도 사건 수사에 전력을 다했다는 반증인데, 무엇이 아쉽다는 말인가?
A 수사 결과 통지를 보면 의료법에 대한 부분은 법률 위반이 자명해 피고소인 대부분이 송치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에게 의심되는 유기치사에 대한 부분은 누구랄 것이 혐의없음을 통보받았다. 결과는 환자가 죽었고, 과정에서 강박과 방치, 일부 환자에 대한 폄훼 행동이 있었지만, 그것은 인정되지 않았다. 가해 병원 관계자는 분명 결과가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했을 것이다. 설마 우리 애를 죽이고야 말겠다고 진술할 바보는 없을 테고, 그 과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결과는 사망이다. 이 결과에 혐의없음은 아쉬운 판단이다. 유기치사는 유기로부터 출발하는데, 유기의 세세한 부분 즉 강박ㆍ방치ㆍ폄훼의 경중이 피해자 가족과 경찰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다.
Q 그 간극은 법리 적용과 수사 과정을 따져 살핀 경찰의 고충과 그에 따른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경찰이 놓친 부분이 있다는 말인가?
A 경찰의 노고는 인정하고 판단 역시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기와 그에 따른 판단이 결과치에 이르지 못했고, 가해자들의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란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사망이라는 막중한 결과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따져야 하지 않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형법에서는 행위자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을 따져봐 달라는 호소로 오늘 1인 시위를 봐달라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유기죄와 유기치사, 여기에 더불어 미필적 고의까지 살펴달라는 것이 어머니의 주장과 호소인가?
A 그렇다. 그들의 죄가 명확히 다뤄져야 그들을 어느 시점에서 용서할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대국민 사과는 연기처럼 해내면서 가족에게는 안면박대하는 양재웅의 품성을 그간 충분히 확인했다. 이 사건 앞에 품성은 모르겠지만 태도 변화조차 없는 그를 향해 딸에게 죄인이 된 어미의 분노는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숙명이다. 내 딸이 편지글로 남긴, 엄마ㆍ아빠 치료받게 해 줘서 고맙다는 편지글이 눈에 선하고, 딸이 시신을 알코올로 지웠을 때 드러난 온몸의 멍이 내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Q 멍 얘기는 무엇인가. 위급상황에 CPR(심폐소생술)을 하다 보면 멍은 흔히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A 처음 딸의 시신에 파운데이션 같은 것이 덧칠돼 그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내 손으로 알코올 딸의 몸을 닦아 보니 온몸에, 등까지도 멍이 남아 있더라. 구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사진은 딸에게도 미안해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서라면 어느 순간 결단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 중이다.
Q 혹시 다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말해보시라
A 제 딸은 미국에서 정신과 공부를 해 양재웅 병원에서 처방 약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 이 부분도 살펴볼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W진병원은 알코올 전문병원이라 다이어트약으로 중독된 딸의 치료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약이 몸에 맞지 않아 부작용이 많이 생겨 정신이 없고 배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3인실에서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1인실로 옮긴 후 환자를 발가벗겨 놓은 무슨 치료방식일까.
우리 가족은 스스로 가슴을 때리면서 딸의 몸에 있는 멍을 우리 가슴에 새기고 있다. 와신상담의 마음이다. W진병원이라는 지옥문에서, 그 문지기 양재웅에게 겪은 고난의 행군을 딛고 우리 딸이 천국에서나마 편안함을 찾을 수 있게,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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