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정떨어져 탈당한 노태우, 대선 막판 3000억 건넨 이유

2025-08-27

노태우 비사

제4부. 정치 9단 김영삼에게 휘둘리는 노태우

7회. 끝까지 김영삼 믿지 못한 노태우의 ‘탈당’

SK 이동통신사업권, YS 반발로 무산

노태우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자녀를 모두 재벌가(家)와 결혼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누나인 노소영은 1988년 선경(SK)그룹 장남 최태원과, 동생인 노재헌은 1990년 신동방그룹 장녀와 결혼했다. 노소영은 이혼소송 중이며, 노재헌은 2013년 이혼했다.

1992년 8월 20일 체신부는 ‘이동통신사업자로 선경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경유착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에서 ‘엄격한 심사 결과’라며 ‘선경이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야당이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문제는 여당 대권후보인 김영삼의 반대였다. 마침 이날 오후 주례회동이 잡혀 있었다. 김영삼 캠프는 회동하기도 전에 “반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례회동에서 김영삼은 정색하며 ‘사업자 선정 연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태우는 “다들 찬성하는데 왜 김 후보만 반대하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노태우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김영삼은 싸움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음 날 강원도 강릉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지도자는 개인보다 국가, 사익보다 공익을 중요시해야 한다. 나는 그런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 나는 내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나라를 더 사랑한다.”

명분을 쥔 쪽은 김영삼이었다. 김영삼은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권을 반납하라”고 압박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당 총재가 된 이후 ‘정부결정을 무효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우는 김영삼을 막을 힘이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곧(8월 25일) 민자당 총재직을 사퇴할 예정이었고, 8월 28일 김영삼 후보가 총재직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미 야당이 모두 ‘즉각 철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기에 김영삼이 총재가 돼 야당과 함께 반대한다면 선경의 사업권 유지는 불가능했다.

노태우는 비서실장을 통해 사돈에게 먼저 사과했다. 그리고 총재직을 내려놓은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이동통신사업권자를 엄정하게 선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물의가 빚어져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다음 날 선경은 ‘사업권 자진반납’을 선언했다(선경은 김영삼 정권이 출범한 이후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공개 매수해 SKT라는 이동통신회사를 만들었다).

김영삼의 뒤끝이 작렬했다. 8월 28일 총재 취임사에서 “금력으로 권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과, 권력으로 재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악폐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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