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준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탐라도 신성 김준하 "보상받는 느낌, 더 열심히 뛰어야죠"

2025-04-17

“데뷔전에서 데뷔골, 수없이 상상했던 장면이 이뤄졌어요. 믿기지가 않았죠.”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주인공 월터는 일상의 틀을 깨고 머릿속에만 그리던 장면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실로 마주하며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이에 꿈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용기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라고 외친다. K리그에서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한 선수가 용기와 상상력, 여기에 자신의 노력을 더해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관중의 열기, 프로 데뷔전, 그리고 데뷔골.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번지는 꿈을 그라운드에서 실현했다. 주인공은 프로축구 K리그 제주 SK FC의 신인 김준하다.

‘탐라도 신성’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새내기 김준하는 17일 현재 기준 K리그1에서 8경기를 뛰어 2골을 넣었다. 특히 지난 2월15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1라운드 제주와 FC서울의 개막전에서 데뷔와 동시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전반 14분 안태현의 크로스가 수비에 막혀 흐르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왼발슈팅으로 골문을 뚫었다. 김준하는 “경기가 끝나고 정말 얼떨떨했다. 서서히 실감이 되면서 마냥 좋기만 했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고생에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각별한 시선으로 김준하를 바라본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유망주 영입 및 육성이 쉽지 않다. 실제 현재 주전 중 유스 출신은 김준하와 서진수가 전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쿼드 구성에 골머리를 앓던 김학범 제주 감독은 우선 지명 선수를 모두 모아 테스트를 진행했고, 직접 ‘픽’한 선수가 바로 김준하다.

제주 18세 이하(U-18) 유스팀에서 자라 지난해 숭실대에 진학한 김준하는 대학축구 U리그 13경기에서 7골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김 감독의 부름에 단숨에 제주도로 향했고, 신인 계약을 체결했다. 김준하는 “제주 유스 출신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의미가 크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알아보고 키워줬다. 많은 지원도 받았다”면서 “제주 유스 출신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그도 주목하고 있다. 2025시즌 K리그1 ‘이달의 영플레이어상’과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다. 영플레이어상은 강원FC 이지호에게 돌아갔으나, 김준하는 후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쟁쟁한 후보 사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소식을 듣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면서도 “욕심은 내지 않는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팀도 승리하고 나도 잘하면 다시 또 후보에 오를 기회가 있지 않겠나”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기대와 함께 기회도 찾아온다. 나란히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올라있던 이건희(2골)가 지난 7일 상무에 입대했다. 김준하의 역할과 성장이 중요하다. 제주도 리그서 하위권(10위)에 처져있어 갈 길이 바쁘다. 김준하는 “(이)건희 형이 가서 아쉽지만, 우리 팀에는 또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면서 “건희 형이 가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팀이 뭉쳐서 채우는 게 중요하다. 형들 따라서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데뷔 시즌 목표로 잡은 공격포인트는 5개다. 김준하는 데뷔전 득점에 이어 지난달 30일 수원FC전(1-0 승)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5개 동그라미 중 2개에 미션 완료 도장을 찍었다. 김준하는 “목표를 세운 만큼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 목표한 걸 이루면 다음 목표를 세우겠으나 아직 멀었다”고 웃으면서도 “내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 승리가 먼저다. 10위에 머물러있는 순위를 빨리 끌어올리고 싶다. 팀과 함께 이루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뛰어 보고 싶다. 팀도 나도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 김준하는 그라운드 안팎 형들의 도움 덕에 적응 과정이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위기 자체가 ‘으쌰으쌰’하는 느낌이다. 긴 원정길에 잘 쉬어야 한다며 컨디션 관리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리다는 시선 없이 동료로 잘 대해주신다”면서 “특히 (김)건웅이 형이 엄청 도와주신다. 훈련할 때 드는 생각을 편하게 공유하는 편이다. 축구장 밖에서는 엄청 장난도 많이 치고 관심도 정말 많이 주셔서 너무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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