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l’ 만큼 다양한 곳으로 확산되어 사용되는 영어 단어도 드물다. 특히, 한국에서는 “쿨하다”라는 표현이 너무 자연스럽게 쓰여서 마치 한국어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이 표현은 원어와 매우 유사하게 활용된다. 보통 멋지고, 쉽게 당황하지 않고, 감정을 잘 다스리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의미상으로는 영어와 거의 겹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가 거의 일치하더라도, 사용하는 데 있어 그 뉘앙스가 꼭 같은 것은 아니다. 한국어에서 “쿨하다”는 종종 도덕적 칭찬의 뉘앙스를 담을 때도 있다. 너그럽고, 용서하며, 타인과 쉽게 갈등을 맺지 않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쿨하게 넘겼다”는 단순히 침착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어떤 상황을 품위 있게 처리했다는 뜻을 내포한다. 반면, 영어에서의 ‘cool’은 훨씬 더 평면적인 표현이다. 덕목이라기보다는 태도를 묘사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영어에서 ‘cool’은 어떤 사람의 상태라기보다는 자세(attitude)에 가깝다. 자신감 있고, 상대방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느긋하고 절제된 자세 혹은 막연히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cool’은 여러 가지 맥락에서 쓰인다. 칭찬(“That’s a cool idea.”), 동의(“Cool, let’s do it.”), 무심한 반응(“Cool.”)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의미는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말을 할 때 어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cool’을 사용할 때 오해는 이런 상황에서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 화자가 상대에게 친근하고 관대한 인상을 주고 싶어 cool을 썼다가, 오히려 상대에게 무심하거나 관심 없는 사람처럼 비칠 수 있다. 영어에서의 무표정한 ‘cool’은 마치 상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ool한 사람’은 멋지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쿨하다”와 영어에서의 ‘cool’은 여러 면에서 닮았지만,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성격을 드러내는 표현일 수 있거나, 아니면 단지 침착함의 표현일 뿐일 수도 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한국인들은 또 다른 종류의 ‘쿨함’을 생각하게 된다. 말 그대로의 낮은 온도의 ‘시원함’이다. 카페, 지하철,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에어컨의 찬 바람, 습기와 피로를 날려주는 냉기와 같은 시원함 말이다. 이런 쿨함은 어떠한 거리감도 의미의 아이러니도 담지 않는다. 그저 무덥고 습한 여름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