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건설사 일부는 최근 퇴사율이 40%를 넘어서며 인력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장기 침체 속에서 몸집 줄이기와 내부 혼란이 겹치면서 인력 이탈이 가속화된 영향이다. 반면 일부 기업은 한 자릿수대 퇴사율을 유지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27일 기업신용평가사 나이스디앤비가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 건설사의 최근 1년간 퇴사율은 평균 19.7%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최근 1년간 국민연금 상실자 총합을 같은 기간 월평균 재직 인원(현장직, 미가입 근로자 등 제외)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 수치다. 과거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사 퇴사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안전 규제 강화·젊은층 유입 급감·고령화 등 복합 요인이 겹치며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DL건설(42.8%)과 호반건설(38.3%)은 40% 안팎으로 가장 높았고, 포스코이앤씨(27.6%), HDC현대산업개발(27.6%), 서희건설(29.6%) 등도 20%를 훌쩍 넘겼다. 반면 코오롱글로벌(6.9%), 동부건설(7.5%), HJ중공업(10.2%) 등은 한 자릿수 혹은 낮은 두 자릿수에 그치며 대조를 보였다.
높은 퇴사율 원인은 전반적인 구조조정 이슈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DL건설은 최근 모기업인 DL이앤씨의 인력 감축 기조가 퇴사율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DL이앤씨는 2024년 말 대비 2025년 상반기에만 직원 수가 약 400명 감소했으며, 특히 주택부문 인력이 2104명에서 1908명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착공 현장 감소로 계약직 연장 종료 사례가 늘었을 뿐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인력 축소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 8월 DL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경영진 집단 사의 사태가 겹치면서 내부 불안이 퇴사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최근 핵심 부서 인사 교체와 조직 개편이 잇따르며 내부 혼란이 가중돼 퇴사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 역시 대외 악재와 경영 불확실성이 겹치며 이탈 행렬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 HJ중공업은 낮은 퇴사율을 기록했다. 복지제도만 놓고 보면 타 건설사와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 소통 강화와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기조가 직원들의 체감 안정감을 높였다는 평가이다. 실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도 이들 기업에 대해 수평적 조직 문화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퇴사율 격차를 단순히 기업별 문제가 아닌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본다. 주택 경기 침체와 선별 수주 기조, 안전 규제 강화 등으로 공사 현장이 줄고, 청년층 이탈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인력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퇴사율 격차는 기업별 경영 기조 차이뿐 아니라 건설업 전반의 인력 구조 변화와 고용 환경 악화가 겹친 결과"라며 "앞으로는 리더십 안정성, 조직 문화, 안전 리스크 관리가 인력 확보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