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마지막 의식-워렌 부부에 의한, 워렌 부부를 위한 영화

2025-09-02

제목: 컨저링: 마지막 의식(The Conjuring: Last Rites)

제작연도: 2025

제작국: 영국, 미국

상영시간: 135분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마이클 차베스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미아 톰린슨, 벤 하디

국내 개봉: 2025년 9월 3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어느 골동품 가게. 거울 앞에 선 여성이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대자 금이 간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이미지. 여성은 쓰러진다. 임산부인 이 여성은 하혈하며 병원에 실려 간다.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밤, 응급수술이 진행되는데 전기마저 나간다. 그때 천장 기둥에 어렴풋이 나타나는 누군가의 손. 사람이 아닌 존재가 아이를 노리고 접근한다. 어렵게 아이는 태어났지만 숨을 쉬지 않는다. 사산한 아기를 두고 의사가 안타깝다는 말을 건네는데, 산모와 아버지가 울면서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니 울음을 터뜨린다. 살아난 것이다.

한 번 죽었던 체험 때문일까. 아이의 눈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인다. 강령술사인 엄마는 그 존재들을 지우는 법을 딸에게 가르친다. 그렇게 살아남는 딸은 주디 워렌. 엄마는 로레인 워렌이다. 미국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중심인물인 워렌 부부 이야기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마지막 영화

진짜 마지막은 마지막인 모양이다. 딸 주디의 결혼식엔 워렌 부부와 인연을 맺은 역대 시리즈의 배우들이 하객으로 참석한다. 피로연에서 춤추던 로레인은 남편 에디 워렌에게 자기가 꾼 꿈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썼지만 악평을 받았고, 손자도 봐 자신이 할머니가 된 모습까지 목격한 이야기를. 시리즈의 첫 출발이었던 <컨저링>(2013)이 만들어졌을 때 실존 인물 로레인은 생존했다. 심지어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에서 남편 에디가 빙의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에서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검은 정장을 한 백발의 할머니가 로레인 워렌이다. 보통 창작 영화에는 엔딩크레딧 끝에 ‘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인물, 사건들은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장소, 건물, 제품과는 관련 없다’는 픽션 면책 조항이 붙어 있게 마련인데, 이 영화엔 ‘실재 사건에 기반해 만들어졌다’는 문구가 나온다.

실제 이번 편의 배경으로 설정된 스멀(smurl)가의 유령사건은 꽤 유명하다(여러 차례 영화화도 됐다). 197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 피트스톤의 집으로 이사한 스멀가 사람들이 기이한 사건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그들이 겪은 기이한 사건이란 계단에서 누가 밀쳐 굴러떨어졌다거나, 알 수 없는 존재가 기르던 개를 벽에 던지고 고약한 냄새가 집안에 퍼지는 등의 사건이다. 이들은 이게 악마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한 워렌 부부가 이 가족의 주장을 보증했다. 이 집에 깃든 악마는 매우 강력한 존재이며, 실제 그들이 조사를 시작하자 거울에 나가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유명해진 것은 워렌 부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당시 막 태동하고 있었던 ‘과학적 회의주의(Scientific Skepticism)’ 그룹 과학자들이 공개 검증에 나서면서다. 이들은 워렌 부부의 조사가 객관적이거나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스멀 가족의 주장은 망상이나 환상, 뇌 손상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톨릭교회 구마 신부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확산했지만 거기까지. 통상 “그런 일이 있었지”쯤의 후일담만 남는 법이다.

<컨저링> 시리즈 주인공들의 총출동

영화는 ‘알고 보니’ 사건은 그 집에 주디를 임신했을 때 로레인이 골동품상에서 조우했던 악령 들린 거울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스멀가 자매가 거울을 갖다 버리지만, 영문도 모르게 돌아와 다락방에 똬리를 틀고 온갖 불길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영화는 강변한다. 그렇다면 악령 퇴치는? 퇴마 후 이 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된 워렌 부부 집 지하실의 오컬트박물관에 그 거울을 가져다두면 된다. 다만 워렌 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악령은 워낙 강력한 존재인지라 거울을 옮기는 과정은 온갖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그동안 <컨저링> 시리즈의 사실상 ‘주인공’이었던 괴물도 총출동한다. <더 넌> 시리즈의 수녀는 포스터로만 나오지만, 흉측하게 생긴 애나벨 인형은 직접 스멀가에까지 강림(!)한다. 사실 전체 시리즈에 걸쳐 영화는 사건 당사자나 워렌 부부의 주장에 기울어져 있다. 단조로운 플롯에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양념만 잔뜩 뿌려놓은 것 같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데 양념 맛으로만 먹을 수는 없지 않나.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평을 들었던 <컨저링> 1편은 이렇지 않았다.

원래 애나벨 인형은 영화 시리즈 속 인형처럼 험상궂은 얼굴이 아니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봉제 인형이다. 애나벨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1970년 워렌 부부를 찾아온 2명의 학생이 골동품상에서 산 인형이 ‘애나벨 히긴스’라는 소녀의 영이 빙의해 글씨를 쓴다던가, 안 보는 사이에 다른 장소에 가 있는 등의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7월 중순, 이 애나벨 인형이 다시 화제를 모았다. 로레인 워렌이 2019년 92세의 나이로 타계한 후 애나벨 인형은 봉인돼 있던 워렌 부부의 집 지하실 오컬트박물관의 유리장을 ‘탈출’했다. 뉴잉글랜드 심령연구학회(NESPR)라는 단체가 이 애나벨 인형을 임대했는지(자세한 계약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미 순회 전시를 하면서부터다.

최근 애나벨 인형이 다시 주목받은 건 이 순회 행사 도중 행사 스태프였던 댄 리베라(54)라는 심령연구자가 묵던 게티즈버그의 호텔에서 7월 13일(현지시간) 새벽 심정지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컬트박물관의 유리장에서 애나벨 인형을 꺼내는 쇼츠 영상을 보면 검은 장갑을 끼고 꺼내는 남자가 있는데, 그가 바로 댄 리베라다(사진). 당연 악령이 깃든 ‘애나벨 인형의 저주’가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게티즈버그 경찰은 그의 사망에 특이점은 없다고 밝혔다. 죽은 사정은 안타깝지만, 전시 행사를 주최한 뉴잉글랜드 심령연구학회 쪽은 ‘물 들어 왔을 때 노 젓는’ 분위기다. 단체의 페이스북에 올린 짤막한 추모 성명 이후엔 ‘스릴과 오싹함, 잊을 수 없을 경험을 안겨줄’ 애나벨 인형 순회 전시를 재개한다는 티켓 판매 웹 포스터를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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