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도시 이끄는 고베대… "日대학은 지역 특화 못하면 존속 못해"

2025-11-09

“일본의 지역 대학은 ‘지역핵심·특색 있는 연구대학강화촉진사업(J-PEAKS)’에 선정되지 못하면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카야마대 관계자)

가파른 고령화와 지역 소멸 등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은 이른바 일본판 ‘글로컬대학30·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인 ‘J-PEAKS’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J-PEAKS에 선정된 간사이권 대학들은 입을 모아 “지역 쇠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역 대학이 지역 소멸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9일 일본 고베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데라모토 도키야스 고베대 학술연구진흥원 선임 연구개발(R&D) 매니저는 “고베대는 기존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시와 긴밀히 협력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2년에 걸쳐 J-PEAKS 대상 대학 25곳을 선정했다. 이는 전국 810개 종합대학의 3.1%에 해당한다. 선정 기준으로는 각 대학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유하거나 지역 내 핵심 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작용했다. 각 대학은 5년간 55억 엔(약 514억 원)을 지원받고 향후 10년간 발전 전략을 이행해야 한다.

이 중 일본 THE 대학 순위 15위에 꼽히는 고베대의 지역 협력은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조성된 의료산업도시(KBIC)를 중점으로 이뤄진다. 미쓰비시·JGC홀딩스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입주한 KBIC에서 고베대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에 나선다.

J-PEAKS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을 만들기 위한 ‘국제탁월연구대학’ 사업과 투트랙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라모토 매니저는 “모두 하버드대 같은 톱이 될 수는 없지만 바이오가 강한 고베대, 반도체가 강한 히로시마대처럼 확고한 지역 특성화를 통해 ‘강한 대학’을 만드는 게 J-PEAKS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THE 대학 순위 20위인 오카야마대는 농업·태양광 에너지 분야에 특화돼 학내 연구 특구를 만들고 우수 연구자 10명에게 우대 정책을 진행한다. 특구장은 일본 내 노벨상 후보로 유력 거론되는 광합성 연구 권위자 선젠런 교수가 맡았다. 오카야마대는 일본 디지털 특화 지구인 오카야마 내 ‘기비추오초’에서도 디지털 실험을 진행하며 인근 대학들과 함께 지역 상생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대학 활성화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각종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지역대학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북대의 지역생산유발효과는 4760억 원에 달하며 고용 효과는 5096명으로 추정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또한 시카고 광역경제권에 미치는 효과가 5억 500만 달러(약 7300억 원)로 분석됐으며 고용 효과는 1만 44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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