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이용 탄소 배출, 왜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가

2025-11-08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정밀하게 추정하는 것이 여전히 기후 과학의 가장 큰 난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MU) 연구진이 그 원인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토지 이용으로 인한 CO₂ 플럭스(순 배출·흡수량)의 불확실성이 왜 큰지, 그리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법론적 조정이 필요한지를 분석한 논문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산림전용, 재조림, 농업 지역 확대와 같은 토지 이용 변화는 지구 탄소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각 과정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CO₂를 배출하거나 흡수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림을 훼손하면 대기 중 CO₂ 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재조림과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은 식생과 토양에 탄소를 축적해 탄소 흡수원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반된 효과를 전 지구 규모에서 일관되게 계량하는 작업이 현재 탄소 예산 계산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LMU 지리학자 볼프강 오버마이어 박사와 클레멘스 슈윙샤클 박사를 중심으로 라파엘 간젠뮐러, 줄리아 퐁그라츠 교수 등 연구진은 기존에 사용돼 온 주요 접근법들을 비교·검토했다. 이들은 토지 이용 및 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CO₂ 플럭스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의의 차이, 데이터 출처의 다양성, 모델 가정 및 해석 방식의 불일치가 상당한 결과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어떤 단일 방법도 토지 이용에 수반되는 모든 관련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연구 결과 간 상충과 정책 결정 단계에서의 혼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개선 방향도 함께 제안했다. 우선 위성 및 원격탐사 자료를 활용하는 지구 관측 과학자, 수치모델 개발자, 각국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 담당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지 이용 정의, 가정, 계산 방식에 대한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 다른 데이터 세트와 모델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원격 감지 자료, 국가 인벤토리 데이터, 지상 관측과 모델링 결과를 정교하게 통합함으로써, 토지 이용 관련 탄소 흐름을 중복 없이 일관되게 추적하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술적 측정 오류만으로 현존 불확실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측정 장비의 한계보다 정의, 분류 체계, 데이터 선택과 보고 방식의 차이 등 ‘체계적 요인’이 최소한 그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토지 이용 부문의 CO₂ 플럭스 추정은 과학적 정밀성뿐 아니라, 국제 규범과 보고 체계의 조화라는 정책·제도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토지 이용이 지구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국가 및 기업의 탄소 회계와 국제 보고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생태계 기반 탄소 제거(Ecosystem-based Carbon Dioxide Removal) 전략을 설계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뢰도 높은 토지 이용 탄소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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