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선물, 고사리 축제장으로 고사리 꺾으러 가보자(상)

정겨운 새소리가 수망리의 숲속을 날아 다닌다. 연초록의 잎새가 산들거리는 바람에 풀꽃들이 향기를 뿜어낸다. 바람난장을 즐길 출연진들의 준비가 곳곳에 뿌려지고 가슴은 진초록의 물결로 흐드러진다. 박혀있는 듯 노란 민들레는 보랏빛 제비꽃과 어우러져 온 대지를 축복하고 있다. 어찌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구 넘쳐나는 이 영원의 운율,자연이 주는 무한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클로버의 하얀 꽃이 소녀의 손가락에 달큰하게 끼워졌던 추억을 떠올리며 네잎클로버를 찾다 모든게 행운이고 모든게 감사함인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바람도 잔잔하게 흐르며 아름다운 날을 축복하고 있는 오늘, 제 29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렸다. 이맘때면 온 들판에 고사리 사연이 흐른다. 안개비가 내려도 고사리 잘 크라고 오는 비라고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고사리 많이 꺾었냐고 안부인사 처럼 말한다. 자신이 꺾을 고사리를 다른 이들이 다 꺾어가는 냥 아쉬움도 쏟아내는 계절이다.
바람난장이 무대를 열 곳을 찾다가 고맙게도 헌마공신 김만일 기념관 푸른마당에서 장을 풀어 놓았다. 83년의 일생동안 수천마리의 말을 나라에 바쳐 헌신한 공적을 잠시 기리면서 김익수님의 하모니카 연주로 ‘나물캐는 처녀’를 오프닝 무대로 선보였다.하모니카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판을 뛰어다닌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몸짓시작이 장관이다. 모두 손뼉을 치면서 들썩인다. 흥겨움이 어깨에 얹히고 고갯짓이 절로난다.

김정희 바람난장 대표는 고사리철에 수망리,한남리 일대에서 고사리축제가 한창인데 이곳을 찾은 바람난장의 무대가 멋지길 기대한다는 인사로 바람난장은 시작되었다.
두 뺨이 감동의 열기로 붉어지며 기보은님의 에어로폰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베마리아’ 연주가 이어진다. 봄날의 감미로움이 퍼져나간다. 숨결에 봄이 들어오고 봄이 퍼지고 봄으로 나 가 적신다. 연주자의 온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감동이고 전율이다. 눈빛 하나에도 인생을 노래하고 손가락 마디에도 섬세함이 연주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곡은 ‘어 러브 언틸드 엔드 오브 타임’은 노래하고 찬미하는 연주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음색, 온 우주에 알리고픈 사랑의 마음을 울려 보낸다. 숲속 숨어있는 고사리도 고개를 내밀고 듣고 있겠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살펴보기도 한다.
김정희와 시놀이팀의 시 포퍼먼스가 이어진다. 김정희와 시놀이팀은 바람난장 시낭송과 시포퍼먼스를 담당하느라 바람난장에서 볼 때마다 새롭게 보인다. 오늘은 오영희시인의 ‘고사리 꺾기 ’시낭송을 한다.

고사리 꺾기
거기, 고기, 거기, 고기,
칠순 어머니의 목소리다
눈을 씻고 찾아도 고사리는 없다
거기, 손짓하는 곳을 향해 길게 뻗은 손가락
고사리는 잡히지 않는다
고기, 크게 뜨고 바라보는 눈
고사리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 고기,
수없이 같은 곳을 손짓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고사리는 없다
하늘 담은 바람을 저 뼈속
깊은 곳까지 들이 쉰 다음
다시, 거기를 향해 내밀은 손
고기를 향해 하늘을 담은 눈동자
분명히 아까는 없던
거기에, 고기에
비로소 마음의 고사리에 멈추어
천천히 바라보니 고사리만 보인다

모두에게 헌신하는 고사리를 꺾는 이들을 이토록 애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사리를 꺾으러 가면 처음에는 마음이 바빠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같이 간 다른 사람은 잘 꺾는것만 같아 보이고 조바심에 더욱 보이지 않는 고사리. 욕심을 내려놓고 찬찬히 둘러보면 그때야 보이는 고사리.
한번 보여서 꺾기 시작하면 손으로는 고사리를 꺾으면서 눈은 또 다른 고사리를 찿느라 바쁘다.
꺾느라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픈 허리를 두드리곤 하는 봄철 나들이다.
사회까지 맡아보시는 김정희 대표의 고사리축제 얘기를 다음으로 정민자님이 수필‘ 제주고사리’를 낭독했다. ‘봄철만 되면 제주사람들은 너무 길지도 않고 너무 머리를 일찍 풀어 헤친 어린고사리를 꺾으려고 일년중 이때를 기다린다. 매년 제사를 지내는데 ‘제손으로 딴 고사리를 정성스럽게 올려야 마음이 편하다는’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 추억으로 빠져 들었다.
수천만 번의 절을 해야만 꺾을 수 있다는 고사리, 보통 공력이 아니다. 고사리 철만 되면 제주의 인구가 임시적으로 불어난다는 얘기가 있다. 고사리 원정대다. 제주에 내려오면서 눈빛이 빛나며 온 들녁의 고사리는 다 꺾어 갈거라는 굳은 결심을 안고 내려 온단다.
지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고사리 복장의 사람들. 고사리를 꺾어서 담을 수 있는 앞치마도 발전돼서 주머니가 커다랗게 달려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 앞치마 차림은 고사리철에 볼수 있는 슬며시 웃음이 일기도 하게 하는 복장. 고사리를 꺾고 오는 날은 천장이 온통 고사리밭이더라는 꿈을 꿔도 고사리 꺾는 꿈을 꾼다는 그래서 피곤해도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가지고 가는 자루에 가득 꺾어 담을 꿈을 꾸면서 고사리밭을 찾아 떠난다.
▲글=조선희(시인, 한라산시문학회)
▲사회=김정희
▲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정민자 강상훈
▲노래=윤경희·김익수·이봉숙·이천희
▲연주=기보은·김종구·김익수·이봉숙
▲사진·영상=김태현▲음향=김종구
▲총감독=김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