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4〉휴머노이드, '데모' 넘어 라인 선다…야간·교대·반복공정 첫 격전지

2025-10-26

휴머노이드가 제조·물류 공정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면서 일부 성과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에선 다운타임 감소, 야간라인 연속가동, 숙련 편차 해소 등을 목표로 실제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실증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 시험 단계지만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며 나온 데이터를 모으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중의 눈요기를 넘어 생산 현장의 든든한 일꾼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으로, 휴머노이드 시장이 '데모' 경쟁을 지나 '실제 운영이되느냐'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손과 팔을 가진 휴머노이드를 '멈추지 않는 반복 공정 자원'으로 정의한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단순 조립·이송·체결 보조 공정에 투입하며 쉼 없이 라인을 유지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피겨AI 또한 픽 앤 플레이스(pick & place), 라벨 확인, 단순 분류 공정에 투입하며 사이클 타임 변동 폭을 줄이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해외기업의 휴머노이드 도입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정량적 숫자보다 △교대 공백 제거 △야간 연속 가동 △작업 편차 해소 같은 운영 지표 개선을 중점적으로 보고있다는 점이다.

실증을 시작한 국내 기업들도 생산라인에서의 운영 검증으로 진입하고 있다. 실증 현장에서 휴머노이드는 △다중 스크류 체결 △부품 위치를 고정하는 장치(JIG)를 갈아 끼우는 작업 보조 △소형 부품 이송 △반복 도어 개폐 △위험 구간 점검 등에 투입되고 있는데, 혼류 라인에서 반복되는 미세 동작을 안정화하고, 사람이 빠지면 멈추는 구간을 메우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속도 경쟁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사이클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간, 성수기, 교대 공백에서 라인을 멈추지 않는 것이 핵심 지표다. 국내 기업들은 특히 △생산라인의 멈춤 시간 감소 △재작업 횟수 감소 △작업자 교대 공백 해소 같은 현실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를 판단하고 있다. 즉, '사람보다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사람이 없을 때 얼마나 안정적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휴머노이드 공급 기업들도 공정 특화 전략으로 분야별 수요기업을 공략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정밀 정비·렌즈 교체 같은 디스플레이 공정을, 에이로봇은 용접·협소 공간 점검 등 조선의 고위험 공정을, 로브로스는 혼류 조립과 다중 스크류 체결 등 이른바 '손 기술'이 필요한 공정을 맡는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시료 샘플링 등 화학 공정, 에이딘로보틱스는 피킹·분류 중심의 물류 공정을 지원한다. 국내 공급 기업들은 해외 공급기업처럼 범용 플랫폼을 앞세우기보다, 투입 대비 비용(TCO) 절감 효과가 바로 드러나는 공정부터 공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휴머노이드가 제조 AX의 핵심 키로 작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격, 내구성, AS, 표준, 안전 인증, 유지보수 속도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표준과 AS 인프라는 휴머노이드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정마다 사용하는 공구, 규격, 안전 기준이 다른데 이를 통일하지 못하면 유지보수 비용과 업데이트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로봇 한 대가 아니라, 로봇을 버틸 수 있는 생태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휴머노이드가 제조 공정에 보편화되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확산에는 기술 외적 장벽도 존재한다. 공급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Atlas)라는 휴머노이드를 통해 파쿠르·기동성 중심 시연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실제 산업 제조 현장의 요구는 달랐다. 낙상·내구·정비·배터리·공구 호환성 같은 운영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면 '보여주는 로봇'은 될 수 있어도 '돌아가는 장비'는 될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해외 기업은 휴머노이드 양산에 집중하며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실증으로 시장의 신뢰부처 확보하는 전략을 앞세웠다. 휴머노이드가 산업 장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라인 연속성·안전·TCO라는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데 업계 의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몇개월 보여주기식 시연은 의미가 없다.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기존 생산라인을 대체하려면 결국 수년간의 상시 가동을 안정적으로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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