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4〉휴머노이드, 제조 라인 투입 본격화…실증 6대 현장 가동

2025-10-26

휴머노이드가 제조 AX를 위한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기존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로봇과 달리 흡사 사람의 모습을 표방하는데, 사람이 직접 제조공정에 참여하듯 정교한 업무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정부는 휴머노이드가 부족한 제조 인력을 보완하고,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조업 현장은 이미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생산연령 인구는 감소하고, 숙련 인력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제조 라인은 고도화와 혼류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3D 업종 기피와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라인을 못 돌리는 현장'이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휴머노이드 수요가 기술 트렌드를 넘어 현장 생존형 수요로 전환된 배경이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제조AX(M.AX)' 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산업현장에서의 실증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실증 → 2027년까지 표준 확립 → 2028년까지 확산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기술·산업 로드맵을 추진한다.

특히 '산업용으로 믿고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실증 데이터 확보를 통해 휴머노이드 인증·안전·OS·AS 생태계를 조기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산업형 휴머노이드 체계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유사한 형상에 두 팔과 손을 가진 로봇을 일컫는다. 산업용 로봇이 반복성과 정형화된 동작에 최적화된 장치라면, 휴머노이드는 비정형·다변형 상황에서도 사람처럼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기존 공정·설비·안전 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생산 라인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단순 반복 작업 대체는 물론, 안전사고 위험 구간 투입, 품질 균일화 등에서도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이미 휴머노이드 '양산 경쟁'에 돌입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구동계와 배터리, OS를 통합해 양산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고, 피겨AI는 산업·물류 라인 투입을 전제로 범용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가격이 내려가야 시장이 열린다'며 상업성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이런 기류는 과거 LG전자가 과거 커피머신·서빙 로봇을 선보였지만 가격·AS·효용에서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해 확산에 실패한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완성도와 시장의 확산은 별개이며, ROI와 단가가 검증되지 않으면 산업 현장에서 채택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정부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양산보다 실증을 우선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산업별 공정, 도구 규격, 안전 기준, 인증 체계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양산을 서두를 경우 '수요 없는 공급'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X 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는 삼성디스플레이와 HD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SK에너지, LG전자, CJ대한통운 등 6대 실증 라인을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레인보우로보틱스가 △렌즈·JIG 교체 △설비 도어 개폐 등 정밀 정비 공정을 실증 중이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미포-에이로봇이 △용접 보조 △협소 공간 점검을 시험하고, 삼성중공업도 △용접 △화기 감시 △자율 순찰 공정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는 SK에너지-홀리데이로보틱스가 △시료 샘플링·분류 작업을 자동화하고, 가전 부문에서는 LG전자-로브로스가 △혼류 라인 다중 스크류 체결 공정을 실증하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는 CJ대한통운-에이딘로보틱스가 △피킹 △분류 △완충재 투입 공정을 중심으로 반복·고강도 작업 대체 가능성을 점검 중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내구성, 속도, 안전 인증, 유지보수, 작업자 동선 충돌, ROI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고 지적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3개월 시연이 아니라 2년 상시 가동을 버티는 장비가 진짜 휴머노이드”라며 “기술보다 경제성과 신뢰성이 먼저 증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인증·표준·유지보수·데이터 체계를 지원하고, OS·부품 생태계까지 확장해 산업형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이 '양산 속도 경쟁'에서 '실증 데이터 경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증 기반 전략은 한국이 뒤늦게 출발해도 공정 적합성과 데이터 우위를 무기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