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를 주는 어린이날이 끝났다. 광주에선 안타깝게도 이 특별한 하루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하프타임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벤치에서 달려나온 한 사람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 선수를 강하게 밀쳤다. 축구에서 종종 나오는 관중의 난입 사건이나 상대 팀들간의 벤치 클리어링은 아니었다.
K리그의 히트 상품으로 불렸던 이정효 광주 감독이 가해자, 광주의 미드필더 오후성이 피해자였다.
이 감독은 김천 상무를 상대로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은 오후성의 플레이가 마땅치 않은 듯 했다. 분에 못 이긴 표정으로 오후성을 향해 손짓하더니 부주장 이강현의 만류에도 다가가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질책했다. 그리고 오후성을 강하게 밀쳤다.
광주 선수들이 뒤늦게 이 감독을 양쪽에서 껴안고 라커룸으로 향했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오후성은 그라운드를 서성이다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해당 장면들은 모두 카메라를 통해 중계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광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감독이 선수를 정상적으로 지도하는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프로 무대에서도 감독이 선수를 질책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모든 팬들이 보는 앞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선수를 망신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폭력에 가까운 밀침을 더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2014년 프로농구의 한 감독이 작전타임에 선수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도록 강요한 사건이 떠오른다.
세간의 눈높이와는 크게 다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 감독은 “항상 팀이 우선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 이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 팀과 선수들”이라고 변명했다.
정말 이 감독이 오후성이 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팀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다면 교체하면 그만이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결과적으로 광주는 1-0으로 승리했지만 모두가 웃지는 못한 결과가 됐다.
하필이면 어린이날에 빚어진 사건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들과 만나 “저 어린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어른이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아이들이 봤을 때 ‘눈살 찌푸릴만한 행동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오늘은 특히 더 조심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
해당 경기의 중계진들이 보여준 안이한 태도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감독이 오후성을 밀친 장면에 대해 “감독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했다”고 표현했다. 경기가 끝난 뒤의 인터뷰에선 오후성에게 “재밌는 장면을 포착했다. 전반전 끝나고 기분이 상했느냐”고 질문했는데 선수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결과 선수가 “제가 선수로 죄송한 일이 있어 경기가 끝나고 사과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답하게 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사태는 벌어졌고 남은 것은 수습이다. 이 감독의 기기묘묘한 전술로 승승장구했던 광주는 이제 반복되는 감독의 돌출행동에 고심하게 됐다. 프로축구연맹이 이 감독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눈길을 모은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폭력행위와 반사회적·비윤리적 행위를 일으킨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폭력행위의 판단에선 같은 팀이냐, 다른 팀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 연맹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선 추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