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살인자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체육 수업에 던진 고민

2025-05-05

체육관 구석에 서 있던 13살 제이미 밀러는 축구공을 어설프게 차다가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고, 급우들에게 조롱을 당한다. 결국 그는 체육 수업을 빠지기 시작한다. 아무도 그의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 스포츠는 그에게 배려도, 환대도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미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와 극단적 남성성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비극은 터진다. 여학생 한 명이 그의 손에 죽는다.

영국 넷플릭스 드라마 내용이다. 75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며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4부작 영국 드라마 시리즈다. 국내에서 ‘소년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 있다.

극단적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를 단순히 픽션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나라한 현실이 곳곳에 담겼기 때문이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청춘기>를 본 뒤 “학교나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소년과 젊은 남성 사이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잉글랜드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개러스 사우스게이트는 최근 BBC 강연에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소적이고 조작적인 유해한 인플루언서들이 있다”며 “그들은 젊은 남성들을 속여 성공이라는 것은 돈이나 지배력으로 측정된다고 믿게 만들고 결국, 세상과 여성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제 원인을 그릇된 체육교육에서 찾아야 하며 올바른 체육 교육이 청소년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 부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심리학자이자 전 NBA 선수 존 아미치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스포츠 환경이 오히려 아이를 더 고립시키고 상처 입히는 구조”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체육 수업 어떻게 빠지지’만을 고민하며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그는 “덩치 크고, 강하고, 외향적인 아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조롱당하고 배제되는 문화가 여전하다”며 지적했다.

아미치도 어린 시절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 책 읽기를 좋아한 내성적 학생이었다. 그는 키가 2m가 넘었지만 그로 인해 조롱과 불안을 더욱 느꼈다. 그러다 17세 때 처음 농구공을 잡은 날을 잊지 못한다. 그는 “체육관에 들어가자 모두 나를 바라보며 ‘넌 우리 팀이야’라며 팔을 잡아끌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첫 슛은 골대에서 2m나 벗어났지만, 한 아이가 ‘첫 슛치고는 기막히네’라고 말해줬다”며 “그 때 나는 이 공간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외롭고 위축된 아미치에게 체육관이 감정을 나누는 공간이 된 순간이었다.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은 스포츠가 제공하는 최고 가치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아미치는 “현재 스포츠는 감정을 숨기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동료도 밀어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며 “스포츠계는 지금 가장 취약한 아이들과 가장 준비 안 된 어른들이 마주치는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아미치는 “제이미 밀러 같은 아이들은 지금도 존재한다”며 “스포츠가 그들을 품으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는 고립과 혐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른들은 기술만 가르치는 코치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청춘기>는 허구지만, 그 배경은 너무 현실적이다. CNN은 “스포츠는 그 자체로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된 스포츠는 적어도 그 해답의 일부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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