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음바페, 호날두, 베일도 야유받는 곳…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자기 팀 선수를 야유할까

2025-05-04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조차 킬리안 음바페가 야유를 받는다면, 팬들이 얼마나 가혹한 기준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25년 4월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틱을 1-0으로 꺾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아스널에 패해 탈락한 직후 치른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음바페는 베르나베우 관중 야유를 피하지 못했다. 2018년 월드컵 우승자이자 이번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임에도 말이다. 디애슬레틱은 4일 “음바페만이 아니다”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케르 카시야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까지 전설적인 선수들도 야유를 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디애슬레틱은 “이번 시즌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주드 벨링엄 등 ‘갤럭티코’들이 총출동했지만 팬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고, 베르나베우의 휘슬은 지금도 선수들에게 경고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휘슬인가?”…투우 문화에서 비롯된 야유 : 스페인에서 야유는 단순한 야유가 아니다. ‘휘슬(whistling)’이라는 고유한 방식이 있다. 이는 단지 축구장만이 아닌, 스페인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투우 문화에서 기인한다. 투우에서 관객들은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휘슬로 실망감을 표한다.

마드리드는 매우 비판적인 도시다. 레알 마드리드 역사 속 휘슬 사례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스파르 루비오다. 1932년 무단으로 쿠바와 멕시코를 다녀온 뒤 복귀했을 때, 그는 대대적인 휘슬 세례를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 첫 황금기인 1950년대 유럽 챔피언스컵 5연속 우승을 이뤄낸 때도 예외는 없었다. 프란시스코 ‘파코’ 헨토는 6차례 유럽 정상 등극을 이룬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초기에는 팬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속도가 빠른 대신 볼 컨트롤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구단은 원소속팀으로 복귀를 고려하기도 했다. 디 스테파노조도 야유를 피하지 못했다. 1962년 한 광고에서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에 디 스테파노 얼굴이 합성된 장면이 논란이 됐고, 경기장에서는 휘슬이 터졌다.

■“레알은 매주 전시 상태”…발다노의 고백 : 1980년대 레알 상징 중 한 명인 호르헤 발다노 역시 휘슬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일주일은 아르헨티나 대표팀보다 더 무거운 압박감”이라며 “레알의 선수들은 늘 ‘자기방어’ 상태에서 뛰게 된다”고 말했다. 발다노는 리그·유럽축구연맹(UEFA)컵·월드컵을 동시에 우승하며 최고 시즌을 보냈다. 같은 시기 미첼 곤살레스도 야유를 받았다. 1989년 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열린 에스파뇰전에서 곤살레스는 경기 도중 야유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장을 스스로 떠났다. 곤살레스는 “결혼식 날마저 꾸중을 듣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하며 “프로지만, 나도 마드리드 팬이다. 그런 야유는 상처가 된다”고 고백했다.

■“휘슬은 영향력을 갖는다는 착각”…심리학자 분석 : 스포츠 심리학자 사라 마르티네스 데 에스페호는 “팬들은 과거 영웅들과 현재 선수를 비교하는 ‘거울 효과’를 경험한다”며 “기준에 못 미치면 분노가 발생하고, 자신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착각 아래 휘슬을 분다. 심리적으로 선수에게 일종의 도발 효과를 노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압박이 모든 선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에스페호는 “이런 휘슬은 선수에게 예상 실패에 대한 불안을 유발하거나 자기의심을 심화시키고, 감정적 거리 두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날두·베일·무리뉴·카시야스…누구도 예외 없다 : 2017년 호날두는 소시에다드전에서 공을 놓치자 휘슬을 받았다. 그는 팬을 향해 욕설을 했다. 가레스 베일은 더 심했다. 그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야유는 자신감을 깎는다”며 “팬들이 선수를 더 잘하게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도 2012년 아틀레티코전에서 휘슬을 받았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단도, 호나우두도, 크리스티아누도 휘슬을 받았다. 나라고 못 받을 이유 있나”라며 개의치 않는 듯 대응했다.

당시 레전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무리뉴와의 갈등을 겪으며 팬들의 지지를 잃었다. 2015년 시즌 막판 발렌시아전에서는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휘슬이 쏟아졌다. 카시야스는 카메라에 대고 “야유는 마음껏 해라, 제기랄”이라고 말했다.

음바페는 이번 시즌 여러 차례 휘슬을 받았으며, 챔피언스리그 탈락 후에는 TV 화면에 얼굴만 떠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발렌시아전에서 교체되었을 때도 팬들의 휘슬이 있었고, 그는 이후 골을 넣고도 팬들과 함께 기뻐하지 않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이번 시즌 ‘비난의 대상’이 됐다. 슈퍼코파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2-5로 패한 뒤 이후 경기에서 그의 이름이 불릴 때 휘슬이 터졌다. 안첼로티는 “경각심을 주는 일종의 신호”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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