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시장이 영업일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며 3차 시범휴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3월 평일 시범휴업 이후 주 5일제 도입 추진을 사실상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뒤엎는 행보다. 휴업 형태로는 월 1회 추가 휴업방안을 만지작거리지만 유통인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휴업 형태라는 표면적 논의에 매달리는 소모적 논쟁 대신, 농산물 거래가 연중 끊기지 않게 하는 거래방식 도입 등 대안 마련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 1회 추가 휴업 카드 급부상…시기에 대해선 유통인간 ‘이견’=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6월초 가락시장 유통인들을 불러 시장 영업일 조정방안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이하 한중연)는 명절 등 기존 휴업일이 있는 달을 제외하고 월 1회 추가 휴업할 것을 요구했다. 한중연은 채소류 취급 중도매인단체다.
가락시장은 1주일에 일요일만 쉬는 주 6일제로 운영된다. 채소류는 토요일 저녁 경매, 과일류는 일요일 아침 경매를 하지 않는다. 월 1회 추가 휴업하겠다는 것은 한달 4주 중 특정한 1주는 주 5일만 영업하겠다는 것이다.
과일류 중도매인으로 구성된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전과련)는 월 1회 추가 휴업은 찬성하나 하절기(5∼10월)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중도매인단체는 월 1회 추가 휴업일로 토요일을 선호했다. 하역노조 단체들도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11·12월, 내년 3·4월 월 1회 휴업하나?=회의에서 공사 측은 ‘중도매인 교대 근무방안’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대로 주 6일을 운영하되 중도매인간 근무일을 조정해 근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중연 측은 “만일 하루에 30명 나오던 중도매인이 교대 근무 도입으로 15명만 나온다면 그날은 경락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과련 측이 월 1회 추가 휴업 기간에서 하절기를 제외해달라고 한 것은 취급 부류(과일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기는 과일 출하 성수기다.
논의 끝에 회의 참석자들은 3차 시범사업을 추진하되 올 11·12월과 내년 3·4월 모두 4번에 걸쳐 월 1회 시장 문을 닫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시장 유통인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자리였다”며 “7월 중 주요 출하자 단체를 포함한 협의체를 꾸려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사는 2023년 11월4일과 12월2일, 2024년 3월2일 모두 3번의 토요일에 1차로 시범휴업했다. 이어 올해 2월12일과 3월5일 총 2번의 평일(수요일)에 2차 시범휴업을 단행했다.
◆‘쉼 없는 농산물 물류’ 위한 대안 먼저 제시해야=전문가들은 알맹이 없는 공사·유통인 간 휴업 논의에 업계 피로감만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유통주체간 선호 요일 등 입장 차만 확인하는 지금과 같은 논의 방식으로는 유통인 또는 출하자 등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출하에 지장을 주지 않고 시장 내 근로자들의 휴업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가·수의 매매 활성화나 온라인 거래 도입 등 휴업일 경매제를 대신할 거래방식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거론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 도매시장은 주 5일 운영하지만 농산물 물류는 365일 쉬지 않고 이뤄진다”면서 “정가·수의 매매가 전체 도매거래의 90% 이상으로 정착하면서 도매시장의 주 5일제도 자연스레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재창 한국농수산대학교 농수산융합학부 교수는 “정가·수의 매매나 온라인 거래 등 휴업일 기존 거래를 대체할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자의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휴업일 논의에 앞서 휴업을 위한 전제조건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