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할을 맡았던 마크 러팔로, <설국열차>에 출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 등 2500명이 넘는 배우, 감독 등 영화 산업 종사자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일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며 이와 연관된 이스라엘 영화 기관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화배우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튼, 올리비아 콜먼, 하비에르 바르뎀, 신시아 닉슨, 조쉬 오코너와 그리스 영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미국 영화 감독 에이바 듀버네이,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아시프 카파디아 등이 서명에 참여했다. 선언문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영화계 종사자들의 연대체인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들’에서 작성했으며, 현재까지 2500여명이 선언에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 제작자, 배우, 영화 산업 종사자, 영화 기관으로서 우리는 영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한다”며 “많은 정부들이 가자지구 학살을 방조하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이 끊임없는 참극에 대한 공모를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의 위험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이스라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인종분리 정책)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며 “모든 사람의 평등·정의·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심오한 도덕적 의무”라고 밝혔다.
서명자 중 한 명인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파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으로서, 수십년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강요해 온 이스라엘의 행태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스라엘은 지금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 판매 대행사, 영화관 등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국제적으로 완전히 인정된 권리를 지지한 적이 없다”며 집단학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한 행위, 그런 행위를 저지른 정부와 협력한 행위 등을 ‘공모’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의 주요 영화제인 예루살렘 영화제, 하이파 영화제 등이 이스라엘 정부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서약이 이스라엘 개인들과 협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요청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에 공모하는 이스라엘 기관과의 협업을 거부하자는 것이며, 이는 정체성(identity)이 아니라 제도적 공모를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기여한 문화적 보이콧에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당시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등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영화인 연대’를 결성, 120여명의 영화인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문화 운동을 벌였다.
이번 선언문 발표에 이스라엘 제작자 협회는 “서명자들이 잘못된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예술가들, 작가들, 창작자들은 관객들이 분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목격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 목소리였다”며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창작자들과 협력해 평화와 폭력 종식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