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명의 25년 노력이 빚어내는 중국의 우주몽

2025-05-18

2025년 4월 30일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9호가 귀환했다. 선저우 19호의 탑승 우주대원들은 우주 정거장에서 6개월 동안 다양한 과학실험과 정비 작업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선저우 20호 우주 대원들과 임무 교대를 완료하고 무사히 귀환했다. 필자가 중학생 시절인 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를 태운 선저우 5호가 지구를 14바퀴 돌고 무사히 귀환한 지 22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자국의 우주정거장 티엔궁(天宮)에서 미지의 우주를 연구할 자국의 우주인을 자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에 태워 보내고 있다. 1970년 체제 선전을 위한 방송통신 위성 동팡홍 1호를 발사한 이후 55년 동안 중국은 자체개발한 발사체 창정(長征) 시리즈를 571회 발사하였고, 유인 우주 비행선 선저우는 20여회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제재 아래 중국은 우주 분야의 기술 자립을 이루어 냈다.

우주 기술 자립 이뤄낸 중국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발사

우주 꿈나무 육성 생태계 주목

한국도 우주전략 혁신 고민을

좌절하지 않는 중국의 우주 추격

중국의 우주기술 역시 다른 분야와 같이 오랜 기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꾸준히 기술 혁신을 추진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다른 분야와 달리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앞서 나가면 중국은 묵묵하게 추격 중이다. 중국의 발사체 창정 시리즈는 고중량 화물을 우주로 운반할 수 있는 창정 5호(25t급)를 시작으로 초대형 발사체인 창정 9호(130t급)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가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 기술을 선보이며 중국에 큰 충격을 안겼지만, 중국의 민간 우주기업 랜드스페이스는 회수형 로켓 ‘주췌(朱雀)’ 시리즈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23년, 액체산소와 액화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기업으로, 당시 스페이스X도 아직 이를 실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 함께, 중국은 서서히 미국의 기술 혁신 경로를 그대로 추종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 ‘묵자(墨子)’를 발사하여 지상과 우주 사이의 양자 얽힘 상태를 1200㎞ 거리에서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이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표지를 장식했다. 또한, 2019년 1월 3일에는 창어(嫦娥)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해 달 뒷면의 지질학적, 우주물리학적 연구에 새 지평을 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21년에는 2030년을 목표로하는 국제달연구기지(ILRS) 계획을 발표했고, 2023년에는 달 관련 연구와 생활기지 건설 등이 포함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우주 육종 연구를 통해 고수확·내병성 작물 품종을 개발했으며, 자체 개발한 차세대 X선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우주 문화·교육에도 신경 쓰는 중국

미국의 차세대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인류 최초의 달 착륙 계획의 이름인 아폴로(태양의 신)의 쌍둥이 누이 이름을 딴 것처럼, 중국도 자국의 우주 프로그램 작명에 많은 문화적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 ‘창어’는 월궁에 기거하는 중국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이며. 달 탐사 로버 ‘위투(玉兎)’는 달에 산다는 전설 속 옥토끼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의 화상 탐사선 ‘텐원(天問)’은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의 시에서 가져왔고, 화성 탐사 로버 ‘주롱(祝融)’은 중국 신화 속 불의 신 이름이다. 중국은 자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고유의 문화와 전통에 기인한 작명을 더해 우주 프로그램에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지구화학연구소는 오랜 기간 수집한 달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4년 고해상 달 지도를 출판했고,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서는 2021년부터 실시간 우주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텐궁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우주 교실에서는 중국 우주인들의 우주 생활을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중국 청소년들이 우주 생활에 대해 열망을 키워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보유 위성 수, 우주 예산 규모, 미국과의 기술격차 등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의 우주 굴기를 실현하는 인재들과 이들이 지닌 꿈의 크기이다. 얼핏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ASC)와 중국항천과공집단공사(CASIC)의 30만 명이 25년 동안 축적한 우주 연구 생태계가 중국 우주 전략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풍파를 겪더라도, 이 풍부한 우주 생태계가 육성한 우주 인재들은 중국의 우주 산업뿐 아니라 다른 첨단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크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의 우주 과학자들이 그린 달 지도를 보고, 우주 교실에서 만난 우주인을 동경하며, 화성에 착륙한 ‘주롱’이 이름대로 화성에서 불의 원료를 발견하길 기대하는 중국의 우주 꿈나무들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과연 돈과 조직뿐일까. 우리의 우주 전략도 꿈과 도전 정신을 갖춘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