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막지 말고 먹자’... 중동 AI칩 수출 따낸 엔비디아의 반격

2025-05-18

중국을 고립시킬 것인가, 아니면 미국 기술을 퍼뜨릴 것인가. 반도체 패권 전략을 놓고 미국 내 논쟁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 인공지능(AI) 칩의 대규모 수출을 허용하자, 미국에선 엔비디아와 민주당 의원들 간 설전까지 벌어졌다. 안보 논리와 시장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젠슨 황 “중국에 밀반출? 증거 없다” 반박

17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이 중국으로 몰래 넘어간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황 CEO가 중국 밀수 의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최근 미국 의회의 경고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본회의 연설에서 AI 칩의 중동 수출을 ‘매우 위험한 계약’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 중국 제조시설이 이 칩을 얻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성이 없다”며 “중국 공산당은 곧 미국산 칩과 그 안에 담긴 칩의 비밀을 입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 엔비디아는 미 의회의 우려를 정면 반박했다. 황 CEO는 “그레이스 블랙웰 시스템은 거의 2톤에 달해 그걸 주머니나 백팩에 넣을 수는 없다”며 비꼬듯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36개의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와 72개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초대형 서버 시스템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밀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 견제 방법은? 기술 확산 vs 기술 통제

엔비디아는 한발 더 나아가 ‘기술 확산’이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황 CEO는 “미국 기술의 전 세계 확산을 제한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미국 기술은 가능한 한 널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기술을 확산하는 게 중국을 기술적으로 고립시키는 것보다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수출 통제의 한계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수출 금지 전략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판을 바꾸지는 못한다”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글로벌 인재 확보, 교육 기회 확대, 연구 인프라 구축, AI의 작동 원리에 대한 대중의 이해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해 중국 고객의 수요와 미국 수출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 기술 요건을 연구할 계획이다. 다만 GPU 설계도를 중국으로 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약 170억달러(약 23조원)를 중국에서 벌었다. 애플도 챗GPT가 금지된 중국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와 협력 중이다.

중국용 AI칩, HBM 대신 GDDR7 탑재되나

한편 엔비디아가 조만간 중국 시장에 공급할 새로운 저사양 AI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그래픽 더블데이터레이트 7세대(GDDR7) 메모리를 탑재할 것이라는 일본 닛케이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HBM3가 탑재된 H20마저 중국 수출이 막히자, 엔비디아가 성능이 더 낮은 GDDR7으로 HBM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DDR7 양산 체제를 갖추고 이미 엔비디아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GDDR7은 HBM보다 판매 단가가 낮지만, 중국용 AI칩의 수출이 재개될 경우 양사 모두 수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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