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세계와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같은 오랜 동맹을 상대로 손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 '자동차'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심지어 중국도 신속 타결했는데, 여전히 무역합의 기다리는 미국의 동맹들"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 동향을 전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사실상 전세계 상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18개 중요 무역 상대국 명단을 작성했다면서 "그 명단에 있는 한국, 일본, EU 같은 (관세정책의) 최대 상대국에 있어 '자동차'가 하나의 난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WSJ은 미국이 자국에 수입해오는 자동차 관세율 25%를 낮추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최근 1년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68억 달러(약 52조원) 규모다. 같은 기간 일본은 미국에 402억 달러(약 56조원), EU는 460억 달러(약 64조원)어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 기간에 한국은 661억달러(약 93조원), 일본 685억 달러(약 96조원), EU 2천848억 달러(399조원) 등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만큼의 무역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미국 백악관은 전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부과했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관세는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즉시 미국의 동맹국들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통상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협상에 착수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사정이 한국, 일본, EU 등 주요 흑자국에는 중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한국, 일본, EU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비롯한 각종 관세의 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한국 정부의 통상 실무 대표자들이 최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부과 제외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WSJ은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계가 33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면서 관세 충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소개했다.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도요타, 혼다, 니산 등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 문제를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일본 경제가 1분기에 역상장한 배경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 정책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통상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EU 역시 최근 영국이 미국과 체결한 합의보다 더 나은 조건을 노리고 있다.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폴란드 경제차관은 미국과 영국의 무역 합의 내용에 대해 최근 "유럽이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영국이 일부 상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고 항공기를 사들이기로 하는 조건 아래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최혜국 관세 포함 시 27.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추가 관세를 145%까지 더한 중국과는 동맹보다 먼저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
치킨게임식 보복 악순환 속에 부과된 관세율 115% 포인트를 인하하고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는 휴전 속에 향후 협상을 위한 틀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였다.
미국은 가장 가까운 안보동맹으로 여겨지는 영국과는 중국보다 진전된 형태의 무역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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