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17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공군 방공·공습 훈련을 지도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이 훈련에서 북한은 MiG-29 전투기에 신형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모습을 선보였는데, 언론 보도와 달리 이 미사일은 한 종류가 아니라, 항공기에서 실제 발사한 ‘구형’과 지상에서 김정은이 관람한 ‘신형’ 두 종류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도 아직 개발 중인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개발 완료했을 뿐만 아니라, 후속 개량형까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현대 전투기에는 짧은 거리에서 적 항공기를 향해 발사하는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과 시야 밖 멀리 있는 적 항공기에 쏘는 ‘중거리 공대공 유도탄’을 사용하는데, 대한민국은 전량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 수입한 미사일을 사용한다. 국내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단거리든 중거리든 2030년대가 되어서야 개발 완료와 실전 배치가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중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경우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만이 독자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으며, 유럽은 국제 공동 개발로 생산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개발과 양산을 했으나 현재는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유일하게 터키가 신형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과 양산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군사과학에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특히 어려운 기술에 속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5월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 비행장에서 공군기지를 시찰하고, 이때 북한 공군이 보여준 것이 바로 이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었다. 그냥 모형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MiG-29에서 실제 발사하는 요격 훈련을 공개했는데, 이 요격 훈련의 표적은 북한의 금성-3 대함미사일과 식별할 수 없는 표적 무인기였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마치 전투기처럼 자체적인 레이더를 장착해서 스스로 표적을 추적해야 하는데, 항공기보다 훨씬 적은 RCS(레이더 반사 면적)를 가진 소형 표적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한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성능을 자랑한 셈이다. 이로써 북한 공군은 현무-3 순항미사일, 해룡 함대지 미사일 등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실증했다.
더 큰 문제, 그리고 국내외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는 따로 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며, 한 종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는 칼럼에서 북한의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2021년 10월 북한에서 열린 ‘자위-2021’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북한 공군의 MiG-29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바로 이 2021년에 공개된 미사일과 디자인이 같았다.
반면 지상에 전시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실제 발사한 미사일과 달랐다. 미사일의 경우 앞뒤 부분에 각각 4장의 날개가 장착되는데, 실제로 발사한 미사일은 중국의 ‘PL-11B’ 미사일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고, 김정은이 지상에서 구경한 미사일은 중국의 ‘PL-12’ 미사일과 비슷한 모양을 가졌다. 특히 지상에 전시된 미사일은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구조, 날개의 모양이 PL-12와 아주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 이것이 정말 중국제를 그대로 들여온 것인지, 혹은 러시아나 제3국의 기술을 사용했으나 이를 위장하기 위해 중국제 미사일을 흉내 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찌 되었든 이로써 북한은 최소 5년 전부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한 제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실제 발사가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확보했으며, 게다가 일반 전투기나 항공기보다 더욱 격추하기 어려운 작은 미사일과 드론까지 요격이 가능하다는 정밀도도 증명했으며, 하나의 미사일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욱 성능이 높은 개량형까지 개발 중임이 밝혀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얼마 전 공개된 북한산 조기경보기가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거리 항공기 탐지가 가능한 조기경보기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같이 만들었다는 것은, MiG-29의 구형 레이더를 뛰어넘는 먼 거리에서 장거리 공격 능력을 북한 전투기가 가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마치 파키스탄-인도 공중전에서 파키스탄이 활약한 것처럼, 조기경보기–중거리 미사일 조합으로 수도권 및 전방 지역에 전개된 우리 공군의 전투기를 상대로 아주 빠른 기습 공격을 할 능력을 자랑한 셈이다.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KF-21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산 미사일과 KF-21의 성능 개량, 즉 NACS의 조기 추진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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