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공룡’ 품으려는 넷플릭스…‘효자 노릇’ 하던 K콘텐트에 불똥 우려

2025-12-14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추진에 따른 파장이 콘텐트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려는 시도 자체가 미디어 빅뱅을 이끄는 넷플릭스의 위상을 재차 증명하고 있다.

한국 콘텐트 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압도적 구독자 수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슈퍼맨’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콘텐트 지식재산권(IP)까지 집어삼킬 경우 넷플릭스 내에서의 K콘텐트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콘텐트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품으려는 주된 이유는 IP 확보다.『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인 조영신 동국대 미디어연구소 대우교수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는 양질의 IP 확보를 통한 콘텐트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인수가액 이상의 합병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워너브라더스 인수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인수가액을 720억 달러(약 106조원)라고 밝혔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로버트 피시먼 애널리스트도 “넷플릭스는 그동안 다세대가 모두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콘텐트를 보유하지 못했었다”라며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이런 넷플릭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 시도에 영화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영화관 사업자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이번 거래가 전 세계 영화 상영 사업에 전례 없는 위협을 제기한다”며 “이번 인수의 부정적 영향은 미국과 전 세계의 대형 체인 극장에서부터 소도시의 독립극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장에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등 다른 콘텐트 역시 넷플릭스의 몸집 불리기 여파에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K콘텐트의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킹덤’을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등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넷플릭스 내에서 한국산 콘텐트의 입지가 커졌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분석업체 암페어가 지난 4월 내놓은 집계를 보면 2023년 1분기~2024년 2분기 넷플릭스 전체 시청시간에서 한국 콘텐트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 수준으로 영국(7%), 일본(4%)을 제치고 미국(약 5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워너 브러더스의 콘텐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포함될 경우 K콘텐트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의 콘텐트를 보유하면 그만큼 관련 파생 콘텐트의 제작이 늘어날 것이고, 자연히 한국 콘텐트 수급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인수전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점 우려를 제기했고, 파라마운트도 인수 경쟁에 뛰어들며 상황은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콘텐트 업계에서 ‘넷플릭스 1극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엔 이견이 없다.

한국 콘텐트업계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넷플릭스에 지나치게 종속되지 않도록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성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트 생태계의 선순환을 기대하려면 결국 강한 로컬 OTT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신 교수도 “티빙·웨이브를 중심으로 넷플릭스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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