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상 속 하얀 가운을 입은 신경과 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 게임은 수면 부족과 치매 예방을 위해 독점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하루 30분만 투자하세요.” 하지만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AI가 생성한 '가짜 의사'다.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용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 유명 유튜버 A씨가 특정 게임을 극찬하며 추천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정작 A씨는 해당 게임을 한 적도,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이 역시 AI 딥페이크 기술로 목소리와 표정을 정교하게 조작한 '허위 광고'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게임 광고 시장에 '딥페이크' 경보가 울렸다. 실존하지 않는 전문가를 내세워 의학적 효능을 홍보하거나, 유명인 사칭, 실제 게임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허위 광고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제2회 게임 이용자 소통 토론회'를 열고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광고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AI 허위 광고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규제가 자칫 국내 중소 게임사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엄주희 건국대 교수는 AI 딥페이크 기술이 단순한 허위 정보를 넘어 의료법과 게임산업법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유명 유튜버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해 게임을 추천하게 만드는 사례까지 등장했지만,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규제 장치는 미비하다”며 “유럽연합(EU)의 AI법처럼 딥페이크 콘텐츠에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하고, 유튜브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박사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가 광고의 선정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최근 AI 기술을 활용해 미성년자 캐릭터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등 윤리적 선을 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광고 속 플레이 영상과 실제 게임 내용이 판이한 이른바 '가짜 게임 광고(Fake Ads)' 역시 이용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게임 산업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의 핵심 쟁점은 '역차별'이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등 제재가 국내 게임사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라며 “해외 게임사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수익을 올리고 사라지는 반면 국내 기업만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승우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도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에게 AI 마케팅은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생존 도구이자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기술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사후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현실적인 규제 한계를 인정하며 '거버넌스(협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광고에 대한 사전 검열은 불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사후 모니터링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게임사의 '먹튀' 광고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 자율기구의 모니터링 결과가 실제 행정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산업법 제34조(광고·선전의 제한)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내용이 현저히 다른 허위 광고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한국, 유엔 안보리서 신흥안보 이슈 끌어내” [세계는 지금]](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1/20251211517850.jpg)

![[트럼프 스톡커] GPT에 디즈니 얹는데, 브로드컴 "AI 돈 안 돼"](https://newsimg.sedaily.com/2025/12/13/2H1PQEW55V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