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태평양 팽창 구상 저지의 선봉장을 자처한 일본이 대응 수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중국 항공모함을 가상의 표적으로 삼아 일본 전투기가 폭격하는 훈련을 공개적으로 벌였다.

1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항공자위대는 지난 6월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댜오) 열도에서 F-2 전투기 여러 대를 동원해 중국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한 공격 훈련을 실시했다. 매체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기, 장소, 내용 등에서 대항 조치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확실히 전달하는 훈련이었다”고 보도했다. F-35A 등 최신예 스텔스기가 아닌, 레이더에 뚜렷이 잡히는 F-2로 경고성 훈련을 벌였다는 의미다. 해당 훈련에서 F-2는 공대함 미사일로 항모를 타격하는 절차를 확인했다고 한다. 표적 탐지, 화력 배분, 재공격 등을 숙달하는 훈련이다.
훈련이 진행된 시기와 장소에서도 중국 견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 항모 산둥함·랴오닝함은 지난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서태평양 해역을 돌며 훈련에 나섰다. 두 항모 전단의 첫 서태평양 동시 진출이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항모 2척의 동시 전개는 충격적이었다”며 “행동으로 일본의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6월 초 산둥함에서 출격한 J-15가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에 45m까지 근접하며 1시간 넘게 추적 비행을 펼친 것이다.
일본도 군사 훈련으로 대응했다. 중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뒤 같은 달 24일 홋카이도에서 육군자위대의 대함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일본이 자국 내에서 해상 표적을 띄운 채 미사일을 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중국 항모의 영해 침범을 상정해 실전을 점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F-2가 출격한 시기도 그즈음이었다. 장소는 랴오닝함이 지나간 서태평양의 길목으로 “평소 자위대의 훈련이 없었던 곳”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해당 해역은 중국이 대만의 동쪽을 침공할 경우에도 통과해야 하는 지점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항모 두 척을 투입해 미 증원 전력 차단 능력을 시험해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항모전단이 올 길목을 우선 막아놓고 대만과 센카쿠 열도 침공 계획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동시에 중국이 회색지대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시와 전시 사이 함정과 전투기를 수시로 등장시키는 등 애매한 수단을 통해 서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일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지난 6월 두 척의 항모에서 함재기의 발착이 약 1120번에 달했다”며 “중국군은 지난해 8월 처음 일본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2018년 이후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부근에 ‘의문의 부표’를 띄워 ‘내해화(內海化)’를 시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방식으로도 중국 견제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미·일의 정례 지휘소 연습(CPX) ‘킨 에지(Keen Edge)’는 지난해 처음 중국을 가상 적국으로 명시했고, 미 해병대·일본 육상자위대의 실기동 훈련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는 2023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오키나와로 훈련 장소를 바꾸며 중국과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요미우리는 “자위대는 국제법 범위 내에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다”며 “'행동 대 행동'으로 일본의 견고한 의사를 나타내는 게 중국을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