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일본 토요타통상을 구미 양극재 공장의 2대 주주로 맞이했다. 중국 화유코발트의 지분을 덜어내며 불안했던 IRA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탈(脫)중국' 공급망 기반 위에서 북미 시장 공세를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포석이다.
LG화학은 9일 일본 토요타통상이 구미 양극재 공장의 지분 25%를 매입해 2대 주주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기존 화유코발트 보유분(49%)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분 구조는 ▲LG화학 51% ▲토요타통상 25% ▲화유코발트 24%로 재편됐다.
LG화학의 구미 공장은 LG화학이 2022년 약 5000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세계 최대 규모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연간 6만6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착공식에 참석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불과 1년 만에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의 양극재 자회사 B&M과 손잡고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 공장 체제로 전환했다. 세계 코발트 공급 주도권을 쥔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원가 경쟁력이 높은 원재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지분 구조는 LG화학 51%, 화유코발트 49%로 변경, 사명도 기존 LGBCM에서 LGHY BCM으로 바뀌었다.
당시 화유코발트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코발트 정련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니켈·망간 등 다른 핵심 광물 시장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LG화학은 이미 2018년 중국에서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공장을 세운 경험이 있어 공급망 안정화와 원재료 경쟁력 강화를 노린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날 토요타통상이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화유코발트의 지분이 절반가량 줄었다. 업계는 이를 두고 LG화학이 중국 공급망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 지분 축소로 미국 IRA의 금지외국기관(PFE) 규제를 충족하게 됐다"며 세액공제 수혜 기반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PFE는 지난 7월 도입된 트럼프 행정부의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 법안에 따라 신설된 개념이다. 이는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외국기관(SFE)과 미국 내 중국 군사기업 등 외국영향기관(FIE)을 포괄한다. 중국 기업이 주요 대상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AMPC(첨단세액공제)를 받으려면 MACR(실질 지원 비용 비율)이라는 새로운 산식도 충족해야 한다. 양극재 같은 직접 재료 비용에서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매년 낮춰야 하는 구조로 배터리의 경우 2026년 60%를 시작으로 ▲2027년 65% ▲2028년 70% ▲2029년 80% ▲2030년 이후에는 85% 이상이 비(非)중국산이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중국 기업 지분이 25%를 초과하거나 중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은 소재 비율이 40% 이상일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LG화학이 지분율 조정을 서둘렀던 배경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이미 ▲2023년 토요타 북미 제조(TEMA)와 2조9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 ▲지난해 GM(제너럴모터스)과 전기차 500만대 이상 분량, 25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북미향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지분 재편은 불가피했다.
화유코발트 입장에서는 상황이 곤혹스럽다. 지분 축소로 인해 중국산 원료와 기술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LG화학과의 합작 공장을 통해 확보했던 북미 공급망 우회 통로가 사실상 좁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유코발트는 지분을 줄이더라도 소수 지분자로 남아 기술·자재 공급 루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북미와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지분 축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미리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IRA 45X 조항에서 '금지외국기업(PFE)' 규정을 강화하면서 AMPC 수령을 위한 탈중국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당사 또한 북미향 양극재를 생산하는 구미 합작공장의 중국 업체 지분율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토요타의 원자재 조달을 전담하는 토요타통상이 새로 합류하면서 구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북미 배터리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LG화학은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테네시 공장을 통해 현지 수요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번 구미 공장 지분 재편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PFE 규제와 관세 부담을 동시에 피하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PFE 리스크를 해소하고 북미 공급망을 확대한 데 이어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조달망을 갖춘 토요타 그룹과 협력하면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