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성-오선우-천재환…드디어 만개하는 대기만성 외야수들

2025-05-29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외야수들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진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를 선봉에서 이끄는 ‘신형 엔진’ 장두성(26)과 KIA 타이거즈가 오랫동안 기다린 ‘미남 검객’ 오선우(29) 그리고 NC 다이노스의 ‘철벽 수비수’ 천재환(31)이 주인공이다.

2018년 데뷔한 장두성은 지난해까지 대수비 겸 대주자 요원 정도로만 이름이 알려졌다. 워낙 발이 빠르고 수비력이 좋아 경기 막판 요긴하게 활용됐다. 그런데 이달 초 장두성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존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인 황성빈이 경기 도중 왼손 약지를 다친 것이다.

공수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황성빈의 이탈로 근심이 커진 롯데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에게 공격 선봉장을 맡겼다. 윤동희는 1번 타순에서 자기 몫을 했지만, 지난 17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부터는 기동력이 좋은 장두성이 리드오프로 나섰다.

그동안 장두성은 타격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1번타자를 맡으면서부터 이전과는 달라진 방망이로 롯데의 공격을 이끌기 시작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타율 0.326(46타수 15안타) 8타점 9득점 2도루. 이 기간 멀티히트를 때려낸 경기도 5게임이나 된다. 외야에서도 흔들림 없는 수비를 펼치며 이제는 롯데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장두성은 “야구가 재밌다. 중요한 상황마다 내가 해야 할 몫이 많아서 기분이 새롭다”면서도 “(황)성빈이 형과는 연락을 자주 한다. 지금처럼 하면 좋겠다고 응원도 보내준다. 형이 돌아올 때까지 빈자리를 잘 채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IA에선 오선우의 재발견이 화제다. 배명고와 인하대를 나와 2019년 데뷔한 오선우는 지난해까지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거포로서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34경기에서 5홈런 장타율 0.500 맹타를 휘두르며 차세대 홈런타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오선우는 27일과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뜨거운 방망이를 선보였다. 먼저 27일 경기에선 3-3으로 맞선 7회말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7-5 승리를 이끈 결승포. 이어 28일 게임에서도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해 13-7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나 앞으로 KIA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NC 천재환 역시 올해 새로운 야구 인생을 그리고 있다. 2017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중장거리 타자 천재환도 장두성과 오선우처럼 붙박이 1군 멤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박건우와 손아섭 등 주축 외야수들의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펀치력은 있지만 아직 정교함이 부족한 천재환의 숨은 무기는 수비력이다. 뛰는 힘이 좋고,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웬만한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만들어낸다. 지난 2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패배를 막는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1로 맞선 연장 11회 SSG의 공격. 무사 1루 찬스에서 박성한이 손주환의 슬라이더를 받아 쳐 좌중간으로 장타성 타구를 보냈는데 천재환이 한참을 달린 뒤 몸을 날려 이 공을 잡아냈고, NC는 이날 패배 위기에서 벗어나 1-1 무승부를 챙겼다. 이처럼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대기만성 선수들의 활약으로 올 시즌 KBO리그는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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