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약자 권리·보호망 새기는‘대선 속 노동절’ 되길

2025-04-30

1일은 세계 노동절 135주년 기념일이다.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이 희생된 날이다. 노동 약자들의 권리·보호를 되새기고 노동 현안을 되짚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골적으로 반노동 행보를 보인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된 후 첫 노동절을 맞는 감회는 더 남다르다. 윤석열 정부 3년간 노조 활동은 크게 위축됐고, 노동 현장은 더 열악해졌다. 올해 ‘대선 속 노동절’이 새로운 한국으로 가는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 배제·탄압의 연속이었다. 2022년 6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 이행을 요구한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건설노동자를 ‘건폭’(건설노조+조폭)이라 멸칭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했다. ‘건폭몰이’에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2년 전 오늘 분신해 하루 만에 숨졌다. 양씨의 비극은 노조를 악마화하고 혐오를 조장한 결과다. 윤석열표 노동개혁이 어느 것 하나 성과 없이 겉돈 것도 대화 없이 쌓인 노사정의 불신·갈등과 무관치 않다.

노동 약자들의 사정은 나빠졌다.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의 66.4%에 그쳤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8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친 것이다. ‘건폭몰이’ 여파인지 노조 조직률은 2020∼2021년 연속 14.2%를 기록하다 2023년 13%로 떨어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끝내 무산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간접고용이 확산된 현장에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 쟁의에 대해 과다한 배상 책임을 부과해온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의 되풀이된 입법 거부권 행사는 대선 때 한 ‘노동 존중’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한국은 여전히 노조 조직률, 비정규직 비율, 노동시간, 산업재해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 조건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파업에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물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가 선진국일 수 없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노란봉투법을 향해 근거도 없이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다.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제도 개선은 등한시하면서 노동 약자를 보호한다는 구호는 허망할 뿐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4.5일제, 정년 연장 등 새 정부에 주어진 책무가 막중하다. ‘노란봉투법’ 입법이 노동 정책과 노동권을 바로 세우는 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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