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대선과 이민정책

2025-04-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석 달을 넘기고 있다. 그는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반이민정책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반복했다.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정책 행보가 미국 노동시장과 사회통합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적 선명성과 이분법적 논리는 서로 구분되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종종 후자를 통해 유권자를 현혹한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이주노동자의 수는 이미 100만명을 넘었고, 미등록 체류자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수와 이주민 고용의 양적 성장에 걸맞게 한국 사회는 이들의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고 이들의 처우에 섬세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 왔을까?

한국 이민정책의 중요한 축인 외국인력정책은 20년 전 도입된 고용허가제의 기본 틀을 유지해 오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의 고용이 여의치 않은 국내 사업장의 노동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단기 노동이주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며 한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체류자라는 이들의 지위는 이주노동자를 사회통합의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명분으로 사용되어 왔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와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가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됨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권리로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노동안전, 건강권, 주거권의 실질적 보장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경험하는 고용 불안정성, 열악한 근무환경, 인권 침해의 상황은 불편한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경제적 효용에만 가치를 두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에 대해서는 적당히 눈감아온 것은 아닌지 관련 정책을 재조명해야 할 시점이다.

이민정책은 어떤 이주민을 받아들일지와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어떻게 통합할지를 고민하는 복합적인 정책분야이다. 이민정책은 경제, 교육, 복지, 인구, 안보 등 여러 측면에 걸쳐 입체적인 정책 설계와 유기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모 아니면 도’식의 이분법적 정책은 위험하다. 이민정책만큼 균형감 있는 정책적 조율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한국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가? 유권자들은 대선주자들의 정책적 비전을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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