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김영웅(22)이 올 시즌 부침을 딛고 에이스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영웅은 지난 5일 인천 SSG전에서 솔로 홈런과 2점 홈런을 치며 팀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김영웅의 멀티 홈런은 지난해 9월25일 이후 처음이다. 리그 홈런 1위인 르윈 디아즈의 3점 홈런과 함께 팀의 5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김영웅의 활약이 특히 반가운 건 올 시즌 유독 긴 전반기를 보낸 탓이다. 프로 3년 차였던 지난해 홈런 28개를 때리고 삼성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김영웅은 올해는 전반기 타율 0.237에 홈런 8개로 부진했다. 지난 5월에는 부상으로 이탈했고 6월 말에는 성적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그러던 김영웅이 최근 10경기 타율 0.303, 홈런 5개를 뽑아내면서 반등의 신호를 울리고 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 반전이 시급했던 5일,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듯 맹활약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추가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김영웅이 다시 2점 홈런을 친 게 승리에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영웅은 “2군에 내려갔을 때와 1군에 복귀했을 때 감독님이 따끔하게 말씀하셨다. 저도 (주전 자리가) 제 자리가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열심히 뛰어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타격감의 부활은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훈련의 결과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꾸준히 해온 대로 한 것이고 바뀐 것은 없다. 다만 타석에서 생각을 좀 덜 하려고 노력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지난해 펄펄 날았던 것에 비해 올 시즌 부진한 만큼 부담과 욕심이 앞섰고 그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영웅은 “투수와 싸우는 생각 말고는 안 했어야 했는데 그 전에는 워낙 경기력이 안 좋다 보니 (그게 안 됐다)”며 “득점권에 주자가 있거나 1사 2·3루처럼 무조건 1타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면 압박감 때문에 몸이 굳었다”고 돌아봤다.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는 게 답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김영웅은 “솔직히 지나간 일이라고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은 아니다. 마음에 계속 남아있다”며 “하지만 그것도 연습을 하니까 되더라. 삼진을 당하든 실책을 하든 팀에 너무 미안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지난 일을 빠르게 잊으니까 확실히 타석에서나 수비할 때도 더 좋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홈런 14개를 친 상황. 어느덧 20홈런 기록도 머지 않았지만 기록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김영웅은 “기록은 그냥 신경을 안 쓰고 있다. 하루하루의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오늘 잘했다고 생각하면 내일 경기에 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이미 잊었다. 20 홈런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멀티 홈런 소감을 묻자 한 말도 “오늘 제가 홈런친 것은 그냥 빨리 잊어버렸다”였다.
대신 주장 강민호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더그아웃에서 젊은 선수들도 파이팅을 외치며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강)민호 선배님이 항상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드린다”며 “저는 소리를 지르면 쉰 목소리가 나와서 오히려 분위기가 처진다”고 웃었다.
김영웅은 “경기 전 선수단이 최선을 다하되 재밌게 즐기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5연패를 하다가 드디어 끊어졌는데 이 결과가 연승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