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장태관 경청 이사장 “기술탈취, 경각심 줄 수 있는 제도 개선 절실”

2025-08-10

“한국형 디스커버리(한국형 증거수집) 제도는 기술탈취 소송에서 단기간에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합리적 보상을 결정할 수 있는 적합한 제도입니다.”

기술탈취 피해기업이 사실상 '증거 없는 싸움'에 내몰리는 현실 속에서, 가해 기업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단법인 '경청'의 장태관 이사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한국형 디스커버리'의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피해기업이 소송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증거수집 제도를 정비하고, 실질적인 제도 뒷받침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문제는 단순한 분쟁을 넘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최근 기술탈취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인식 변화에 주목하면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상생협력법 외에도 하도급법 개정안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토론회, 간담회, 세미나를 거쳐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의 입법 노력이 있었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여, 정부의 지원 아래 의원입법으로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경청은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67건의 기술탈취 피해 사례에 대해 무료 법률검토를 진행했다. 이 중 25건은 당사자 간 상생 화해로 이어졌다. 단순한 승소보다 피해기업이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운 사례가 더욱 값지다는 것이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간 기술탈취 항소심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국내 최초로 승소하고, 2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입증 책임의 과도한 부담 △증거자료 접근의 어려움 △낮은 손해배상 수준 △느린 재판 진행 △기술침해 조사담당자의 잦은 교체 등 사법·행정기관의 수동적인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가해기업이 기술탈취로 생산한 제품이나 설비를 파기하지도 못하고, 피해기업은 파산에 이르는데도 정부가 가해기업에 처분한 과징금은 국가에 귀속되게 하는 것도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형증거수집제도 도입 이후에도 피해기업이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보완책도 제시했다. 장 이사장은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전문가 조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싸움조차 못해보는 중소기업이 있을 수 있다”며 “과징금이나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피해기업 구제기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증거보전의 효력이 법원 명령 시점부터 발생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법안 구조는 허점이 있다”며 “기술탈취 피해 인지 시점부터 자료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청의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권리 회복'이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위한 무료 공익소송과 제도개선 활동도 올해 새롭게 추진한다.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부당한 기술탈취 앞에서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사명”이라며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입법과 정책 개선에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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