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약 4분의 1 크기 국토, 인구 15만 명인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을 단 한 경기 앞두고 있다.
퀴라소는 오는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자메이카 원정에서 패하지 않으면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다. 인구 15만 명 규모의 국가가 본선에 오를 경우 이는 2018 러시아대회에 진출한 아이슬란드를 넘어 역대 최저 인구 국가의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퀴라소가 역사적 순간에 다가선 중심에는 ‘백전노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있다. 네덜란드·한국·러시아·벨기에·이라크 등 7개국을 지휘했던 78세 아드보카트는 2024년 1월 부임 이후 대표팀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평가전, 월드컵 예선을 거치며 전술·경기 집중력 모두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퀴라소는 이번 예선에서 9경기 7승을 기록하며 조 선두에 올라 있다.
다만 아드보카트는 지난 주말 킹스턴 도착 직후 ‘가족 문제’를 이유로 급히 귀국했다. 아드보카트는 “무거운 마음으로 팀을 떠난다. 그러나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했고 퀴라소축구협회는 코칭스태프인 딘 호레와 코어 포트가 지휘봉을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퀴라소는 선수단 구성에서도 독특한 배경을 지닌다. 주축 멤버 상당수가 네덜란드 출생으로, 혈통을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이다. 엘로이 룸(골키퍼), 타히트 총(셰필드 유나이티드), 손티예 한센(미들즈브러), 아르야니 마르타(로더럼) 등이 포함된다. 대표팀 공격 핵심인 레안드로 바쿠나와 미드필더 주니뇨 바쿠나 형제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무대를 거치며 경험을 쌓은 뒤 퀴라소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퀴라소는 네덜란드령 안틸레스 해체 이후 2010년 ‘네덜란드 왕국 구성국’으로 독립한 신생 국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0년 전 150위에 머물렀으나 202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82위까지 올라섰다. 2026년 월드컵이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사상 첫 출전기회를 눈앞에 뒀다.
최종전 상대인 자메이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스티브 맥클래런이 이끄는 자메이카는 조 2위(승점 1 차)로 퀴라소를 추격하고 있다. 승리하면 조 1위로 본선에 직행하며, 패자는 대륙간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자메이카는 최근 허리케인 멜리사 피해 복구로 분위기가 침체된 와중에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이 “국민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양 팀은 지난 10월 맞대결에서 퀴라소가 2-0으로 승리했다. 자메이카 현지 기자들은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홈에서 패배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며 자국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패하더라도 본선행의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6개 팀 중 2팀만 진출하는 대륙간 플레이오프는 높은 난도와 불확실성을 동반한다.퀴라소가 역사적 첫 본선을 확정하며 ‘블루 패밀리’(대표팀 애칭)의 새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