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때 합의한 '한·일 공동 주최' 또 무산
사도섬에서 정부관계자·유가족 참석 별도 추도식
이혁 대사, '강제노동 한국인 노동자 희생' 추모
9월 日측 추도식에선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 없어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일본 사도섬 광산에 강제동원됐다가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정부의 주관으로 사도섬 현지에서 별도로 개최됐다.
정부는 21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희생자 유가족 11명과 이혁 주일 대사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인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사도섬의 한 호텔 내 행사 공간에서 진행됐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매년 조선인 노동자 등을 기리는 공동 추도식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일본 측이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나타내지 않는 추도사를 준비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자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추도식 전날 불참을 결정하고 사도섬 현지에서 별도의 추도식을 진행했다.
정부는 올해 추도식을 앞두고 일본 측과 추도사에 담길 강제성 표현에 대한 협의를 가졌으나 문안 합의에 실패해 이번에도 공동 추도식은 불발됐다. 일본 측은 지난 9월 13일 사도섬에서 단독으로 추도식을 개최했으며, 추도사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선인의 강제노동이 언급되지 않았다.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2년 연속 파행함에 따라 이 행사가 한·일 관계에 '연례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공동 추도식이 그 취지에 맞게 열릴 수 있도록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목적 중 하나가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덮으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한·일 양측의 합의 하에 공동 추도식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추도식에서 정부 대표인 이혁 대사는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이곳 사도섬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 하에 모집, 관의 알선 및 징용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강제로 노역해야 했던 많은 한국인 노동자분들이 있었다"라며 노동자들을 추모했다.
이 대사는 또 "한국인 노동자들이 느꼈을 부상에 대한 두려움, 외부와 단절된 삶 속에서 비롯된 고립감, 기약 없는 미래가 주는 막막함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유가족의 마음에도 깊은 아픔과 슬픔으로 남았다"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추도식을 마친 뒤 조선인 노동자 기숙사 터를 방문해 헌화하고 조선인 노동자 관련 주요 장소들도 방문하는 등의 개별적으로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