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238년 만에 1센트(페니) 동전 생산을 종료했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주(州) 필라델피아의 한 조폐 시설에서 역사상 마지막 ‘페니(1센트)’ 동전이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센트짜리 동전 생산을 중단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액면 가치보다 큰 약 4센트가 든다는 이유에서다. 재무부는 1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하면 연간 5600만 달러(약 823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만들어진 동전들은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시중에 유통된 1센트는 대부분 지난 6월 제조됐다. 생산이 중단된 후에도 법정 화폐로 계속 쓸 수 있다. 재무부는 현재 약 3000억개의 1센트 동전이 시중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소매업체 가격 조정 혼란

1센트 동전, 페니는 미국 최초의 동전으로 조폐국이 생기기도 전인 1787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최초의 페니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10원 동전과 닮은 이 동전은 한화로 약 15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과거엔 간식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정도였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CNN은 “1센트는 한때 ‘페니 캔디(동전 모양 껌)’를 사거나 주차 요금소에 쓰는데 요긴했지만, 오늘날엔 대부분 동전 병이나 잡동사니 서랍에 박혀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1센트를 없애면 화폐 단위가 커져 물가가 오를 거란 우려도 있었다.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반올림’해서 5센트 단위로 높일거란 거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가게들이)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면 소비자는 연간 약 600만 달러(약 88억원)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동전 제조업체들은 5센트 동전의 수요가 늘어나 생산 부담이 더 커질거라며 반대해왔다. 5센트 동전은 구리와 니켈로 만들어지는데, 생산 비용이 약 13.8센트에 달한다. 동전업체 로비스트 마크 웰러는 정부의 1센트 폐지 정책이 “혼란스러웠다”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소매업체들이 페니를 구할 수 없게 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캐나다·호주도 없앴다…한국은

세계적으로는 작은 동전들을 없애는 추세다.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은 이미 자국 화폐 기준으로 1센트에 해당하는 동전의 유통을 중단했다. 캐나다는 2013년 1센트 동전 발행을 중단하고 현금 가격을 5센트 단위로 조정했는데, 개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10원 동전을 계속 생산할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10원의 주조 원가는 약 40원대로 추정되는데, 구리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 2006년 형태를 바꿨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벌이며 2020년부터 10원 발행을 크게 줄여왔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4880만개를 발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