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강원도 고성군의 한 국도. 밤 8시쯤 시속 88~92㎞ 사이로 달리던 승용차가 무단횡단하던 70대 보행자를 치었다. 운전자 입장에선 제한속도(시속 80㎞)를 크게 넘지 않은 ‘일상적 과속’이었지만, 보행자는 23m 튕겨 나가 사망에 이르렀다. 2023년 10월 강원 춘천 시내 일반도로에서도 시속 60~63㎞(제한속도 50㎞)로 가던 화물차가 무단횡단하던 70대 노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운전자는 “제한속도를 지켰어도 정지거리가 부족해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두 사건 모두 “제한속도를 지켰다면 피해자를 조금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28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간 과속 운전으로 인한 사고(이하 과속 운전 사고) 사망자 수는 741명으로 전체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7807명)의 9.5%였다. 이 기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2735명→2521명)는 줄었지만, 과속 운전 사고 사망자 수(235→246명)는 늘었다. 과속 운전 사고 건수(1215→1383건)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서 폭주 수준의 과속뿐 아니라 ‘일상적 과속’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경만 공단 교통안전처 차장은 “흔히 도로 제한속도보다 조금 빠른 수준의 과속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주행속도가 빠를수록 운전자의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안전공단의 실험 결과, 운전자의 평균 인지율은 주행 시속이 60㎞일 때 49.1%에 불과했다. 시속 60㎞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과속 기준에 못 미치지만, 이 속도에서 운전자는 주변 사물의 절반 이상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결과다. 하지만 주행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였더니 인지능력은 8.5%포인트 올랐다. 30㎞로 감속하면 여기서 7.1%포인트가 더 증가했다.
특히 일상적 과속을 하는 상태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눈·비가 내린 도로에서 일상적 과속을 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 비가 내릴 때 과속 운전 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19.74명으로, 날씨가 맑을 때 치사율(17.69명)보다 약 12% 높았다.
화물차보다 높은 승용차 제한속도 위반율
하지만 국내 운전자 3명 중 1명은 과속의 기준인 도로의 제한속도를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전국 운전자 2만4274명을 대상으로 한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제한속도 위반율은 34.53%로 전년도보다 0.96%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위반 경험이 있는 응답자(8383명) 대부분은 난폭 운전자가 아니었다. 47.43%는 ‘대부분 제한속도를 지킨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50.81%)은 ‘가끔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77%에 불과했다.
또, 흔히 화물차 운전자가 자주 과속할 거란 인식이 있지만, 실제 차종별 위반율은 승용차(26.11%)가 가장 높았다. 화물차는 19.24%, 승합차는 14.53%로 승용차보다 낮았다. 물론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 차량은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화물차 과속 운전 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25.96명으로 승용차 치사율(18.84명)보다 38%가량 높다. 김 차장은 “화물차 과속 운전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도로에 가장 많은 승용차 운전자 역시 과속을 경계해야 결국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런 문화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과속운전 무조건 금지’ 등 안전수칙을 알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 대전복합터미널, 김포공항 등 주요 교통거점에서 열린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 현장에는 2만여 명이 방문해, 1만여 명이 안전실천 다짐 서약을 했다.
정용식 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약 2500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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