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박찬호의 두산행이 18일 확정됐다. ‘박찬호 없는 KIA’가 정말로 현실이 됐다. 원소속구단 KIA는 두산의 공세에 백기를 들었다. 양현종·최형우를 비롯한 남은 내부 FA 단속도 아직 진전이 없다. 지난 9일 FA 시장이 문을 연 뒤 열흘이 속수무책으로 지났다.
두산은 이날 FA 유격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50억원에 연봉 총 28억원, 인센티브 2억원 조건이다. 전액 보장에 가까운 계약이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제시했다”면서도 “두산이 제시한 보장 금액이 워낙 세서 놀라웠다. 거의 전액 보장인데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총액 80억원도 부담스러운 KIA는 두산이 전액 보장에 가까운 조건을 내밀자 더 손 쓸 도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부상한 박찬호의 시장가는 일찌감치 80억원 전후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한화와 4년 50억원에 계약한 심우준과 비교해 박찬호가 꾸준히 더 나은 성적을 올렸고, 원소속구단 KIA와 두산, KT까지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KIA의 비시즌 첫 시험대는 박찬호 이탈로 끝났다. 큰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박찬호의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고민이다. 김규성, 박민 등 내부 자원들을 살피고 있고 아시아쿼터 유격수 영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느 선택지든 아직은 물음표가 붙어 있다.
더 큰 문제는 남은 내부 FA다. KIA는 FA 시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내부 FA가 6명”이라고 강조하며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대지 않았다. 개장 이후에는 ‘대어’로 불리며 타 구단이 노골적으로 탐내는 박찬호가 자연스레 1순위가 됐다. 그러나 박찬호를 손도 못 댄 채 놓쳤고 그 사이 다른 내부 FA와도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양현종, 최형우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있다. 협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심 단장은 통화에서 “(양현종, 최형우 측과) 조율 중이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에이전트와도 협상 중이다. 협상 막바지는 아니다. 협상 중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전트와 조율을 하고 있으니 빨리 접점을 찾는 쪽과 먼저 계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둘 중 누구를 우선순위로 두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현종, 최형우는 내년 시즌 KIA에도 당연히 필요한 자원이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307에 24홈런 86타점을 기록했다. 42세 나이에 리그 전체를 통틀어 한 손에 들 만한 성적을 올렸다. 홈런 공동 6위에 OPS는 전체 5위다. KIA 안에서 최형우와 비견할 만한 성적을 올린 타자는 아무도 없다. 양현종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제 역할을 했다. 평균자책 5.06으로 고전하는 중에도 153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 국내 선발 중 150이닝을 넘긴 건 양현종을 포함해 6명뿐이다. 양현종만큼 이닝 소화가 보장된 선수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양현종은 올해 역대 최초로 11시즌 연속 150이닝 기록을 세웠다.
실력뿐 아니라 상징성도 워낙 크다. 양현종, 최형우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시나리오가 좀처럼 거론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 KIA가 감수해야 할 부담 또한 대단히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