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국정 과제 선정에 돌입하자 대선 당시 민주당 등이 내놨던 대입 분야 공약과 제안에 교육계와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계가 가장 주목하는 건 “현 고1에게 적용된 내신 5등급제 등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와 성적 체제의 미스매치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교육 공약 싱크탱크 역할을 한 중앙선대위원회 산하 먹사니즘 교육정책TF, 후보 직속 미래교육자치위원회 등은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수정을 새 정부에 주문했다.
13일 먹사니즘 교육정책TF는 해단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 조정을 주요 과제로 소개하며 “2028학년도 대입안은 4년 예고제 때문에 어떻게 할 것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이광호 TF단장)고 강조했다. 미래교육자치위원회도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교육정책 제안서에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제안의 핵심은 이번 1학기부터 고 1에게 적용된 5등급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말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확정하며, 내신 부풀리기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정한 내신 9등급 절대평가제 방침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미래교육위에서 절대평가 전환을 제안한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지금의 상대평가는 진로, 적성에 맞춰 수업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이라며 절대평가 전환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정부 차원의 방침은 아직 미정이다. 국정과제를 선정할 국정기획위원회가 전날(18일)에야 업무를 시작했고, 교육 정책을 책임질 교육부 장·차관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과 학교 현장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교육계의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승민 동북고 교사는 “절대평가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줄며 현재 고교학점제로 인한 자퇴생 증가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등급 구간별 격차가 커지며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의 자퇴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배영준 보성고 교사는 “대안 없는 절대평가 전환은 내신 성적 부풀리기 현상을 부추기고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만 유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점수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절대평가 체제에선 대입 평가 상 내신 중요도가 낮아지며 수능에서 강점을 보이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리해진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일반고 1학년 학부모도 “2009년생으로 태어난 게 무슨 죄냐. 지금도 깜깜이 입시 준비하는데 계속 실험쥐가 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책 시행 시기에 따라 대입 안정성을 위해 마련된 ‘대입 4년 예고제’ 원칙을 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한 진보 교육계에서는 “대입 4년 예고제의 대상을 지정한 고등교육법에 고교 내신 체제가 명시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현 고1에게도 수정된 방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박용한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 중 3이 고입, 대입을 치르기 전 입시 방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대입 4년 예고제’를 지켜서 진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