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거예요.”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아이타나 보나마티(27)가 지난 24일 독일과의 유로 2025 4강전에서 연장 결승골을 터뜨린 뒤 한 말이다.
바이러스성 수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며 대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결승 진출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두 차례 발롱도르를 수상한 세계 최고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보나마티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 병상에 누워 있었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대회 초반 두 경기에서는 벤치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날 그는 세계 최정상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BBC는 25일 “경기 연장전, 아테네아 델 카스티요의 패스를 받은 보나마티는 독일 수비 사이 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뒤, 날카로운 슈팅으로 독일 골키퍼 안 카트린 베르거의 근접 쪽을 꿰뚫었다”고 전했다. BBC 해설위원인 파라 윌리엄스는 “스페인이 승리를 쟁취하려면 이런 순간에 경기를 움켜쥘 수 있는 보나마티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이날 스페인은 경기 내내 점유율을 압도했지만 크리스티안 부크 감독이 이끄는 독일의 단단한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이 짙었으나, 보나마티의 한 방이 흐름을 바꿨다. 몬세 토메 스페인 감독은 “보나마티는 대회 초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최고 수준에서 버틸 수 있는 특별한 성격을 가진 선수”라고 말했다. 전 스코틀랜드 수비수 젠 비티는 BBC 라디오를 통해 “정말 수준 높은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보나마티가 발롱도르 수상자”라고 칭찬했다.
스페인은 독일과의 역대 8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고, 직전 4경기에서는 골도 넣지 못한 채 패했다. 이번 승리로 스페인은 유로 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보나마티는 “오늘 우리는 또다시 역사를 썼다. 처음으로 여자 유로 결승에 올랐고,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독일을 이겼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낸 세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년 여자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은 이번 유로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통계업체 옵타는 개막 전 스페인의 우승 확률을 25%로 산정했다. 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었던 스페인은 오는 28일 유로 결승에서도 다시 잉글랜드와 맞붙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