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쌈이란 무엇인가? 영양 균형을 맞춘 고기 섭취 방식이라는 어설픈 변명은 접어두자. 쌈은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 고기의 맛을 오롯이 느끼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지만, 쌈에는 특별한 감각적 자극이 있다. 쌈은 일단 입안을 가득 채우는 촉각적 만족감에서부터 시작한다.
쌈은 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가 한입에 들어가 저작 활동에 의해 분쇄되면서 맛과 향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며 변주되는 즐거움을 느끼는 섭취 방식이다. 쌈의 첫 주제는 상추의 청량감으로 제시되고, 곧이어 두 번째 주제인 마늘의 알싸한 향이 코끝을 툭 친다. 이어지는 묵직한 양념 갈비의 단짠과 불향이 혀와 코를 자극하고, 저음을 내는 밥의 포근한 전분감이 상추의 청량감을 대체한다. 그리고 갑자기 폭발하는 쌈장의 찌르는 듯한 짠맛과 발효향, 그리고 은근한 매콤함이 솟아오르며 갈비에서 흘러나온 지방에 의해 코팅된 혀를 다시 한번 자극한다. 이어서 변주된 불향과 마늘의 잔향이 한 번 더 등장하다 사라지고, 고기와 쌈장의 화음이 만들어 낸 감칠맛과 깊은 맛의 여운이 길게, 아주 길게 남는다. 이때 딱 들어와서 씻어주는 한 모금의 소주. 순차적으로 너울 치는 맛, 향, 그리고 촉각의 향연을 즐기도록 설계된 것이 쌈이다. 매번 다른 설계로 다른 쾌락적인 자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식 고기요리에서의 쌈이다.
해외 음식 유튜버들 쌈에 주목
새로운 문화적 자극 즐기는 것
K푸드 성장, 시간·노력 더 필요

최근 해외 주요 음식 전문 유튜버들이 각국 고기요리를 비교하는 영상에서 쌈이 한국식 불판 고기구이, 갈비와 함께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구독자 2830만명의 ‘닉 디지오바니(Nick DiGiovanni)’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마장동의 ‘본 앤 브레드’와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뉴욕의 한식 고기구이 전문점 ‘꽃(Cote)’을 세계 최고의 스테이크 반열에 올렸다. 한우가 소개되었음은 물론이다.
구독자 805만명의 ‘맥스 더 미트 가이(Max the Meat Guy)’에서는 11개국의 전통 고기구이를 구현하고 패널들과 함께 순위를 정하는 콘텐트를 올렸는데 갈비가 압도적인 찬사와 함께 1위를 차지했다. 구독자 529만명의 ‘구가 푸즈(Guga Foods)’에서도 13개국의 고기구이와의 경쟁에서 갈비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콘텐트에서는 상추에 갈비, 쌈장, 그리고 김치, 편 마늘까지 쌈을 싸서 먹으며, ‘이건 음식이라기 보다는 영적인 경험’이라고 찬양한다. 물론 이런 영상들이 공정한 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겼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글로벌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한국식 고기 요리가 이 정도의 주목과 극단적인 찬사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바야흐로 한국식 고기요리의 세계적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 근데 이게 왜 지금일까? 이들 전문 음식 유튜버들이 예전에는 우리의 갈비를 몰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깊은 사랑에 빠지며 치켜세우고 있다. 우리의 갈비 맛이 갑자기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변했을까?
그들의 콘텐트를 곰곰이 살펴보자. 콘텐트에 등장하는 갈비는 실은 그들이 재해석한 것이며, 쌈을 소개하고 있으나 영상에서는 쌈을 베어 먹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것이 영적이라느니, 천 년 동안 먹고 싶은 맛이라느니 하며 너스레를 떤다. 쌈은 제발 한입에 넣으라고!
음식 전문 유튜버이니 한국식 갈비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을 터이고, 맛도 봤으며, 아마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다지 주목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제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하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니 비교의 대상에 끼워 넣는다. 기억들 하시는가? 전 세계 주요 국가의 무언가를 국가 간 비교할 때 우리는 언제나 빠져 있었던 과거를?
그들이 지금 즐기는 것은 실은 갈비라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한국 문화다. BTS, 블랙핑크이며, 기생충이고 오징어게임인 그것을 입에 넣고 있다. 그들이 지금 먹고 있는 것은 정통 한식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자극이다. 한국의 문화를 자기 나름으로 비틀어가며 재밌게 가지고 놀고 있는 중이다.
K푸드라고 명명된 한국의 식품 및 외식 산업이 K컬처와 함께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한우는 주요 글로벌 시장에 소개되지도 못했고, 한국의 시원한 진짜 배와 한국식 마늘로 양념한 갈비를 저 친구들이 제대로 맛봤을 가능성은 낮다. 그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앞으로 K푸드가 좀 더 성장하면 ‘오리지널의 맛’을 찾아서 한국으로 찾아오게 된다. 이때가 되면 한국과 한식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지고, 관광 산업도 달라지게 되며 우리의 식품·외식 산업이 자동차, 반도체 산업처럼 자랑스러운 산업으로 인식될 것이다.
파리에서 에펠타워는 한두 번 보면 더 이상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눈도장 찍고, 기념사진 잘 찍었으면 충분히 만족하게 된다. 하지만 맛깔난 음식은 나를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른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