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1기당 4억弗…'백지수표'도 썼다

2025-08-19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비밀 합의를 맺으면서 수출 원전 1기당 5000억 원 이상의 ‘백지수표’를 WEC 측에 발급해주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부는 또한 WEC 측과 전 세계 원전 시장을 배타적으로 분할해 북미·유럽·일본 등에 대한 진출 권한도 사실상 포기했다. 대통령실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WEC의 협정 체결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조사할 것을 관계부처에 명령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취재한 ‘한수원·한전·WEC 간 타협 협정서’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전은 해외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WEC에 1기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보증 신용장을 발행하기로 합의했다. 보증 신용장은 계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은행이 지급을 보장하는 일종의 백지수표로 볼 수 있다.

양측은 협정서에서 한국형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WEC에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물품·용역을 의무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신용장은 의무 제공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WEC가 우리 측에 요구한 안전장치다. 한국 측이 약속한 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은행에서 돈을 빼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해외 기업 간 거래를 여러 번 진행한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한수원 정도 되면 국가에 준하는 수준의 신용등급과 위상을 가지고 있는데 해외 민간기업이 상식 밖의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전 시장을 분할한 것도 두고두고 우리 원전 산업의 발목을 잡는 독소 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전·한수원은 체코를 제외한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 북미, 일본 등을 WEC에 선순위로 내줘야 한다. 모두 중국·러시아 등의 입김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원전을 수주할 수 있는 지역들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진상 파악을 하라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칙과 절차가 준수됐는지, 근거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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