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기자의 북픽헬스
‘느린 아이’ 부모 위한 육아 처방전
과도한 좌절은 아이 예후에 부정적


요즘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의 발달이다. ‘자폐(자폐스펙트럼장애)’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같은 키워드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이가 많다. 아이의 행동이나 표정, 말투에서 발달 속도가 남들보다 더딘 ‘느린 아이’가 아닐까 내심 걱정한다.
『천근아의 느린 아이 부모 수업』(웅진지식하우스·사진)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느린 아이란 말에는 발달이 조금 늦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몰라 느끼는 혼란과 답답함이 담겨 있다”며 “이런 부모들이 책을 읽고 나서 진료를 받은 것처럼 혼란과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진료 대기만 5년 걸리고, 부모들이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의사로 꼽히는 그가 진료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다양한 사례와 상담 분석을 실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신경발달장애이자 사회성발달장애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능력이 부족하고 행동 패턴이나 흥미,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며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아주 이른 시기에 징후가 나타난다. 천 교수는 “자폐 시그널은 생후 18개월 전후 드러나기 시작해 만 3세 전후에 가장 강해지므로 만 3세 전후 자폐 진단을 확정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ADHD는 지속해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한 행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다. 아동기 발병률이 8~10%에 이를 만큼 흔하다. 증상으로는 ▶발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떼쓰며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다른 사람이 힘들어할 정도로 장난이 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단체 활동을 어려워하는 양상을 보인다.

치료·훈련이 일상과 가정으로 이어져야
ADHD는 전두엽 기능 발달이 지연되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천 교수는 “전두엽은 만 6세 전후부터 급격히 발달해 25세까지 성장이 이뤄진다”며 “만 6세 전후에 접어들었는데도 행동이 과하거나 충동적이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심하게 산만하다면 ADHD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명은 같아도 치료법은 환자마다 다르다. 나이와 성별, 사는 지역, 양육 환경, 증상의 심각도, 동반 질환과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 맞춤 치료가 이뤄져야 해서다. 좋은 행동은 늘리고 문제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응용행동분석(ABA) 치료, 언어 치료 같은 비약물적 요법과 약물치료법이 두루 쓰인다. 가장 중요한 건 치료가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천 교수는 “부모는 자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보호자면서 중요한 치료자”라며 “부모가 주치의와 파트너가 돼 아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훈련하면 아이의 예후가 좋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느린 아이를 훈육할 때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강한 저항을 보이는지 살펴 미리 대처하고, 단순 명료한 언어로 대하며, 부모 모두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훈육의 첫걸음은 느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천 교수는 “느린 아이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어른의 말을 이해하고 따르는 데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훈육할 때 일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며 “아이가 지시에 반응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이를 침착하게 기다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심적으로 지치고 우울해지기 쉽다. 때론 부정적이고 암울한 감정에 압도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건 과도한 좌절. 그는 “부모의 과도한 좌절은 아이의 가능성을 사장할 수 있다”며 “치료의 끈을 놓지 않고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대처해 나간다면 예후가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용기를 잃지 말고 미리 과도하게 좌절하지 않길 당부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