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세인 간호사 샤론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서 겪은 성폭행 때문에 권위적인 인물들을 아주 불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심리상담과정에서도 성심을 다해 참여하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꿈을 꾼다. “한 아이가 불길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로 들어가 아기를 구해냈어요. 그러고 나서 아기를 안고 상담자의 집으로 달렸습니다.”
이 꿈을 게슈탈트(Gestalt, 독일어로 전체 혹은 형태를 의미) 방식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게슈탈트 꿈 작업은 보통 4단계로 이루어 진다. 첫 단계는 꿈 꾼이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다시 말해보게 한다. 샤론은 자신의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나는 한 아이가 불길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아이가 불에 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나는 처음에는 발을 동동구르면서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용기를 내서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에 뛰어 들어가서 가까스로 아이를 구출했어요. 나는 그 아이를 안고 내가 지금 상담을 받고 있는 상담사의 사무실로 달려가다가 꿈에서 깼습니다.’ 샤론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연상하고 놓치거나 빠진 부분 보완하면서 꿈의 내용을 보다 명료화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 샤론은 꿈에 등장한 요소들을 확인한다. 이 꿈에서는 ‘나, 한 어린아이, 불길, 상담사 등’이다. 세 번째 단계는 게슈탈트 치료자가 샤론에게 꿈의 요소들이 되어보게 한다. 예컨대, ‘당신이 불길에 싸인 어린이가 되어 보세요.’ 등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치료자는 꿈을 해석하기 보다 꿈을 꾼 샤론에게 꿈에서 본 것을 마치 ‘지금-여기(here and now)’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연기(role play)해보도록 권유한다. 이러한 실연(enactment)을 통해서 샤론은 꿈의 진정한 의도를 깨닭게 된다.
이 방식을 통해서 샤론은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상황을 말하는 시점에서 알아차릴 수 있으며, 꿈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의 진정한 모습을 자각하게 된다. 샤론은 자신이 어린시절 받았던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자신의 내면 아이의 모습을 보게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내면 아이를 구하고, 자신이 현실에 치료를 받고 있는 상담자를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게슈탈트 꿈 해석법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꿈이 주는 존재론적 메시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즉, 샤론은 자신의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불안과 공포의 여러 측면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그것도 그녀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전에 분리되어 있던 '그녀'의 부분들이 ‘하나의 온전한 자기’로 합쳐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꿈 해석법을 제안한 사람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창시자인 프리츠 펄스(Fritz Perls, 1893~1970)이다. 프리츠 펄스는 칼 융과 마찬가지로 모든 꿈은 꿈꾸는 사람에게 꿈이 보내는 실존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꿈꾸는 사람이 외부의 권위적 인물이 행하는 ‘해석’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내면으로부터 그 메시지를 스스로 새롭게 발견할 때 그런 메시지의 존재를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고 보았다.
즉, 펄스는 꿈에 나오는 모든 요소들은 투사된 자신의 부분들이며, 이 요소들은 이상적으로 자기에 통합되고 수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마치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을 찾아서 원래 자리에 끼워 넣음으로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프로이트에게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이지만, 펄츠에게는 ‘꿈은 통합으로 가는 왕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