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보건의(공보의) 부족 등으로 붕괴 위기에 처한 농촌 의료 체계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4월 현역 입대를 택한 의대생은 647명으로 3월에 현역 입대한 의대생이 412명인 것에 견줘 57%나 늘었다. 의사 자원의 현역 입대가 늘면 대체복무 수단인 공보의 신청은 줄 수밖에 없다. 대공협은 “4월에 현역 입대한 의대생은 역대 최대 수치로 올해에만 의대생 5700명이 현역으로 입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37개월인 공보의 복무기간을 2029년까지 24개월로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목표로 한 2029년에는 이미 지역·공공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난 이후일 것이라는 게 대공협의 주장이다.
농촌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보의 제도 개선 논의가 치열해지면서 한편으론 공보의 의존도가 높은 농촌 의료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재명정부의 지역의료 정책 방향 등을 고민하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 토론회’를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지역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필수 지역의료 인력양성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지방 국공립대학교 중심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 ▲주치의 제도 확대 등을 발표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지방 국공립대에 의대를 신설할 경우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별도의 의료 면허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정책이 실현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치할 때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준 인하대학교 의학과 교수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치하는 것만이 아닌 선발부터 교육 과정, 의사 배치까지 지역의료에 특화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의대를 단순히 의대 정원 확충문제로만 접근하면 오히려 상황을 더 왜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도농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은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인구 1000명당 종합병원(300병상 이상) 의사수가 서울은 1.59명이지만, 전남·충남·충북은 각각 0.47명·0.49명·0.54명으로 격차가 심각하다”며 “현재 장애인·치매노인 등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인 주치의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본부 교수는 “주치의 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범사업 참여율 저조문제나 의료계 반대 등을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전 정부에서도 주치의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지만 활성화되지 못한 만큼, 그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