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의료현장에서 의사 부족을 체감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늘었고, 특히 진료지원(PA) 간호사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상황을 큰 문제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16일 공개한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보면 조합원 4만4903명 대상 조사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81.4%에 달했다.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자가 40.3%로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 조사 때보다 14.9%포인트 늘었다. 그 중에서도 간호직의 경우 의사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87.4%로 타 직군보다 높아,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인한 현장의 의사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 부족과 이에 따른 진료 공백은 다른 직군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응답자들은 ‘의사 부족으로 인해 병원 운영 등에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PA 인력에게 더 많이 전가된다(91.3%)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 면담과 항의 응대도 맡는다는 응답은 절반(49.2%)에 달했고 의사를 대신해 시술·드레싱을 한다거나 처방한다는 응답률도 각각 39.2%, 35.5%였다.
의정갈등 이후 업무량도 늘었다는 응답은 전체의 53.8%였다. 간호직 중에선 3명 중 2명 꼴인 64.7%가 동의했다. 의사 부족으로 의료사고의 위협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한 이도 29.5%였다.
반면 PA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담당자의 43.9%는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고, 8시간 이하 교육만 받은 경우도 40.4%에 달했다. 교육을 받은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교육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백의 원인인 의정갈등의 조속한 해결과 업무범위 명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직종별 수급추계위원회의 조속한 구성과 보건의료 인력 업무조정위원회 신설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