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실사용자 90% 이상을 배제한 '초진 전면 금지'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약 6년간 '시범사업'만 반복하며 비대면진료의 발이 묶인 상태에서, 새 법안도 실수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1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18세 미만 아동과 65세 이상 고령층에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성인층 초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주요 비대면진료 플랫폼 통계를 보면 이번 개정안 입법 방향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누적 약 270만건의 비대면진료 가운데 90.9%가 18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층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8~49세 이용 비중이 84.5%에 달해 직장인·청장년층·육아맘 등 실질적 의료 수요층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65세 이상은 1.1%, 18세 미만은 8.0%에 그쳤다.
또 다른 비대면진료 플랫폼인 '나만의닥터'도 18~64세 성인이 전체 이용자의 86.3%를 차지했다. 역시 직장인·청장년층 등 실질 진료 수요층이 주 이용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대면진료가 이미 청장년층 중심의 일상 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초진을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환자로 제한하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상당수 국민이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비대면진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됐으며, 이후 의정 갈등 시기에는 초진까지 전면 허용됐다. 사용자들은 이를 일상 진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범사업이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초진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지난 2023년 호주 의료위원회는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원격 의료는 접근성과 의료 제공을 개선하는 훌륭한 기회”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진부터 허용한 국가들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진부터 가능하도록 완화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후에는 관련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초진은 반드시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많은 나라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진료 관련 대상 환자를 확대하거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뒤 이를 항구화하고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 환자를 다시금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은 글로벌 추세와는 동떨어진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및 메리카플레이스 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일반 성인들이 하루아침에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미 6년 동안 대면진료 보완재로 자리 잡은 비대면진료를 근거 없이 갑자기 제한하는 것으로, 국민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