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전국의 반려인들이여, 이 책을 절대 보지 마시오. 아니 보시오. 아니 보지 마시오. 아니. 몰라 시봉. 그냥 보시오!” / “묻고 싶다. 천선란 자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온 것이냐고” / “선한 것을 위해 사투하는 인물들을 여지없이 만나 보기를 권한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을 한 단어로 꼽으면 배우 ‘박정민’이다. 자신의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그는 각각 소설 <혼모노>(창비),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문학동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허블), 그래픽 노블 <스몰 프레임>(미메시스) 등의 책에 추천사들을 썼다. 그에겐 거절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추천사 요청이 넘친다고 한다.
박정민은 최근 경향신문에 “흥미로운 책이거나 좋아하는 작가일 때 (추천사를) 쓴다. 다만, 모든 것이 시간 상의 여건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비중격만곡증 수술의 고통을 이겨내고 쓴 이기호 작가의 추천사도 좋고, <혼모노>는 내가 봐도 잘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썼던 추천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백민석 작가의 책 <러시아의 시민들>에 썼던 글이라고 한다. 박정민은 추천사에서 “온갖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문학의 영감의 원천 러시아, 우리가 몰랐던 그곳의 사람들과 풍경과 이야기들, 그의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는 스탈린의 철권이 아닌 흡사 푸시킨의 시에 가까워 보인다”고 썼다.
추천사는 보통 책의 편집을 담당하는 출판사 편집자가 청탁한다. 작가가 추천인을 건의하는 경우도 있고 책의 성격에 맞춰 편집자가 대상을 선정하기도 한다. 추천사는 책에 대한 일종의 보증수표다. ‘이 책이 이렇게 좋으니 한 번 읽어 보시라’ 권하는 이가 추천사를 쓴 사람인데, 그 사람에 대한 독자의 신뢰가 있어야 추천사도 힘을 얻는다. 출판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 여성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들이면 더욱 좋다. 박정민을 비롯해 김초엽, 정보라 등 젊은 소설가들이 최근 추천사 청탁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유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김연수 등 오랫 동안 독자의 신뢰를 받는 이들도 추천사 청탁의 주요 대상이다. 김지윤씨(38)는 “얼마전 나온 김애란 작가의 신작에 신형철 평론가가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쓴 것보고 의심 없이 책을 골랐다”며 “작가의 책을 오랫동안 살펴본 평론가의 추천이라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자주 볼 수 없는 이름이 책의 추천인으로 들어간다면 그것도 눈길을 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출판된 책인 <리와일딩 선언>(사이언스북)에 제인 구달이 추천사를 쓴 것이 인상깊었다”며 “진짜 ‘제인 구달’인가 해서 다시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 추천사의 과도한 남발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홍보를 위해 저자보다 유명한 추천인의 이름을 책에 더 크게 인쇄해 놓는 등 책 내용보다 추천사가 더 주목받는 주객전도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의 판매에서 추천사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올 상반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1위를 줄곧 차지했던 <혼모노>의 경우 박정민이 소설을 ‘넷플릭스’에 비유한 추천사가 화제가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성해나 작가는 최근 몇년간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각종 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이름을 각인해왔던만큼 책의 인기를 추천사 때문이라고만 볼 순 없다.
출판계에서는 유명인의 추천이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결국 책과의 궁합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학제 허블 편집팀장은 “추천사를 썼을때 힘을 가지는 유명 작가들이 있지만, 그들이 추천했다고 항상 책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추천인과 작가와의 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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