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행사인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25)이 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전 세계 70여 개국 1000여 명의 미디어 아트 전문가가 인류와 기술의 미래에 대해 교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린 ‘제30회 ISEA 기자간담회’에서 ISEA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술을 모르고,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예술을 모르는 간극을 바꾸고 싶었다”고 개최 목표를 설명했다.
ISEA는 1990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ISEA 인터내셔널의 주최로 전 세계 예술·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 교류와 함께 퍼포먼스·전시·스크리닝을 진행하는 행사다. 대륙별로 순회하는 특성상 지난해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2023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2019년 광주에서 개최된 바 있다.
노 관장은 “ISEA는 전 세계 도시를 돌면서 예술과 과학, 미디어 아트 관련 학자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축제”라면서 “2019년 광주에서 열린 뒤 좋은 평가를 받아 한번 더 해보면 어떻겠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ISEA의 주제는 주역의 함괘(咸卦) 속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면 친구가 내 생각을 따른다)’라는 표현에서 유래한 ‘동동’이다. ‘동동’이라는 주제 아래 전문가들은 개인 간 단절이 지속되는 현대사회에서 ‘함께하는 일’의 소중함을 논의하고 진정한 가치를 탐구할 예정이다. 문명·생명·미래·우주라는 부주제를 통해 ‘동동’의 정신이 변용된다. 노 관장은 “‘동동’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지혜가 제겐 큰 발견이었다”면서 “삶이라는 건 해석이다. 기술의 진전을 다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최는 ISEA 인터내셔널과 아트센터 나비, 서울대 문화예술원·예술의 전당이 맡는다. 관객들은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한강과 예술의전당, 서울대 등 서울 곳곳에서 워크숍·전시·퍼포먼스·스크리닝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기존 연극·뮤지컬 장르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퍼포먼스와 스크리닝을 진행한다. 오는 24일 국내 최초로 한강 수상에서 펼쳐지는 개막식 ‘윤슬’도 주요 볼 거리다.
서울대 미술관에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버전 2(Good Morning Mr. Orwell ver.2)’ 전시가 열려 기술이 인간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긍정적 가능성을 조명한다. 백남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착안해 진행한 인공위성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계승해 1984년으로부터 40년이 흐른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살펴본다. 작가 노상호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의 오류를 캔버스에 그려내는 등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된 AI에 대해서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심상용 서울대 미술관장은 “인간을 초월한 지능이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사유까지도 정복하는 것에 대한 불균형이 우려되는 현실”이라며 “ISEA를 통해 인간을 향한 인식을 심화하고 예술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