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감사 인사말 준비를 하고 있다. 2025.08.15.
오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되면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포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개발과는 무관한 경제·산업적 핵이용을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2015년 6월15일에 체결됐으며 유효기간은 20년으로 2035년까지다. 정부는 협정 만료 이전에 조기 개정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가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축소 등의 반대급부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리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얻어내야 할 분야로 '원자력 발전'을 꼽았다. 조 장관은 "다만 자체 핵무장이라든지 잠재적 핵능력을 길러야 한다든지 이런 말은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산업 또는 환경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 고위관계자도 지난 14일 취재진과 만나 "이번 기회에 어떤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해서 한국에 원전산업을 새로 더 활발하게 할 것"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 환경 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의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사진은 이날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2025.6.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리 정부가 요구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안에는 기존에 R&D(연구개발)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산업·안보 분야에서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연구 목적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LEU)의 생산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선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임시 저장시설은 90% 이상 찬 상태로 2030년이면 대부분의 원전에서 포화 상태가 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폐기물의 부피는 20분의 1,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원자력 수출에서도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부품을 제3국에 이전할 때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 협정 개정으로 이런 절차가 간소화되면 원전 수출에서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이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추출을 할 수 있게 되면 '핵무장 잠재력'도 확보하게 된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란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 제재 등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만큼 당장은 하지 않되 유사시 언제든 핵무장이 가능한 수준의 능력을 구축해 두는 것을 뜻한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도자들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다자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2025.08.1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 축소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수반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잠재적 핵무력을 확보할 경우 미국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일본이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확보한 핵무장 잠재력 확보 수준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일본은 3~6개월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능력을 갖춘다면 국익적 관점에서 안보 역량의 획기적 증강"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국방비 증액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중점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며 "협정 개정에 따라 핵무장 잠재력 확보뿐 아니라 원자력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내의 한반도 핵 확산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인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필요하지만, 개정이 핵잠재력 확보로 비치지 않도록 환경적·산업적인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추출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핵연료를 핵무장과 연결하지 않는다는 핵 비확산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이번 개정 협상 과정에서도 핵 비확산에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력 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하는 걸 목표로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