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세 곳 중 두 곳이 재해구조법 적용을 받았으며, 전체 3분의 1 지역은 두 번 이상 법 적용 대상이 됐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소관 부처인 내각부, 후생노동성 등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같이 전했다. 구체적으로 전국 1741곳 시구정촌 중 1162곳(67%)에 재해구조법이 적용됐고, 571곳(33%)에는 재해구조법이 2회 이상 적용됐다.
재해구조법은 재해로 일정 규모 이상 피해가 예상되는 기초지자체 격인 시구정촌에 대해 대피소 설치, 구조활동 등 방안을 규정한 법이다. 일반 재해 대응은 시구정촌 몫이나, 이 법 적용시 도도부현이 주체가 되며 타 지자체와의 협조가 가능해진다. 대피·구조 등 비용도 국가와 도도부현이 전액 부담한다.
재해구조법이 가장 많이 적용된 곳은 니가타현 조에쓰시와 나가오카시로 각각 9회에 달했다. 이들은 대설, 호우는 물론 2024년 1월 노토반도 지진 등 피해도 입었다. 5차례 호우 재해를 입은 후쿠오카현 구루메시를 포함해 서일본 지역에도 피해가 중첩된 사례가 많았다.
재해구조법 적용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재해구조법이 적용된 사례는 총 314건인 반면, 2011년 이후엔 2090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재해 종류별로 보면 태풍·비로 인한 사례가 1108건으로 전체의 50%를 넘었다. 대설은 186건으로 10배 증가했다.
피해가 반복되면서 대응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겼다. 나가오카시 야마코시 지역은 2011년 이후 2년에 한 번꼴로 재해급 폭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인구 감소 탓에 눈 치우기 같은 기본적 대응도 어려운 상태다. 2004년 지진 때 마을 주민 전체 대피가 이뤄질 만큼 피해가 커, 원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주를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약 2200명이던 인구는 꾸준히 줄어 올해 710명이 됐다.
노토반도의 경우 지난해 지진 발생 후 8개월 만에 호우를 맞아 재해별 주택 피해 판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진 피해로 빚을 내서 업장을 수리하는 등 사업 재개에 나섰다가 호우 피해가 덮치면서 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중 부채’ 사례도 수십여 건에 달했다고 NHK는 전했다.
재난 법·제도 전문인 쓰쿠이 스스무 변호사는 “일본의 지원 제도는 개별 재해에만 대응하도록 돼 있다”며 다중피해의 경우 지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기상청을 인용해 “하루 400mm 이상 극심한 폭우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해 재건 도중 또다른 재해를 겪는 ‘다중 피해’ 위험이 높아져 새로운 재해 대처 방식이 요구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