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특사단을 만난 중국 지도자들이 한한령(限韓令) 해제와 관련해 한국 내 반중 정서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한국 내 반중 정서 확산 책임이 중국에도 있음을 인식하고 진정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먼저 과감히 한한령을 푸는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 줄기 띠처럼 좁은 강물을 사이에 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가장 희망하는 것이 한국이다. 민주자유 진영에서 한국만큼 중국 입장을 공유하는 나라가 있는가. 10년 전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고, 이번 80주년 행사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한다. 한국과 함께 미국의 주요 동맹인 일본이 전승절 참석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한·중 우호를 위해 중국을 배려한 외교 행보다.
반중 정서 확대는 한국의 보수화 영향도 있으나, 중국의 고압적 태도로 인한 책임이 작지 않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는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중 정서가 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공통 현상이 되고 있겠는가. 특히 한국은 2016년 이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의 강압적 보복 조치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 상징이 K콘텐츠 유통과 K아티스트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한한령이다. 한한령 해제 없이는 중국의 한·중 우호 발언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반중 정서 확산에는 중국의 애국주의 네티즌도 한몫한다.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한국을 매도하는 언행이 국내에 유입돼 반중 정서를 악화하고 있다. 민주자유 국가인 한국에서 당국의 여론 개입은 불가능하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체제 특성상 여론 개입이 가능한 중국 당국이 나서 반한(反韓), 혐한(嫌韓) 활동을 제지하는 것이 반중 정서의 조속한 완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양국 우호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크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광객 급증은 업계엔 단비겠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부의 무분별한 행동이 반복되면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양국은 여행사, 항공사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법규·공중질서를 준수하도록 하는 계도 활동을 강화해 민간 사이의 불필요한 잡음을 방지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